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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레미콘 ‘운송비 협상’ 시즌 코 앞... 건설경기 침체·유가 상승에 업계는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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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운송비 협상 시즌이 다가오면서 관련 업계가 노심초사다. 레미콘 업체는 운송업자들에게 인상된 운송비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름값 마저 오른 상황이라 비용 부담이 크다. 레미콘을 구매하는 건설사 입장에선 레미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는 최근 수도권의 한국레미콘공업협회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운송비 관련 단체협상을 시작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구체적인 인상률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5월쯤 구체적인 숫자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선비즈

레미콘 공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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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공문이 오긴 했지만 협동조합이나 협회는 협상 당사자가 아니고 단체협상 권한도 없다”며 “권역마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회사들과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은 레미콘 공장에서 각 건설사의 공사현장까지 레미콘을 나르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부분 개인사업자들로 상당수가 전운련에 가입돼 있다. 협상은 2년 단위로 진행되는데 통상 1분기에 운송비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결렬되면 파업을 되풀이해왔다.

앞서 전운련은 지난 2022년 7월, 레미콘 제조사들과 협상을 통해 수도권 기준 운송료를 2년간 24.5%(1만3700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평균 루베당 5만6000원이던 운송 단가를 7700원, 그 다음해에는 6000원 인상키로 한 것이다.

당시에도 레미콘 제조사들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20% 넘는 인상폭은 과하다”며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다. 2022년 레미콘 가격은 2009년 대비 43% 상승했지만 레미콘 운송비는 3배에 달하는 110%(수도권 기준) 수준까지 치솟았다.

레미콘 업계는 계속 오르는 시멘트값과 유가 등 때문에 이미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수도권의 레미콘 제조사들은 운송사업자들에게 기름값을 비용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최근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비용도 높아졌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운송사업자들에게 보전해주는 기름값이 예를 들어 100이라고 하면 20~30정도는 더 여유있게 주는 편”이라며 “기름값이 올라가면 오히려 운송사업자들에게 좋은 구조다. 여기서 운송료까지 인상되면 레미콘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미콘은 운송트럭의 증차가 제한돼 있어 업계에서 운송사업자들의 협상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2009년부터 15년째 증차가 금지돼 있다. 지난해 증차 문제를 논의했으나 국토교통부는 ‘건설경기 전망 부진’을 이유로 2년 더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증차를 못하는 상황이라 레미콘 업체들은 운송 사업자들의 운송비 인상 요구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또 레미콘 주요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이 2년간 40% 가량 급상승했다는 점도 악재다. 하지만 레미콘 업체들은 건설사와의 단가 협상에서 시멘트 가격 상승분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건설경기가 어렵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원부자재 인상을 계기로 진행된 건설사와의 납품단가 협상에서 수도권 레미콘 납품단가를 5% 넘게 올렸다. 반면 시멘트 가격은 작년부터 이미 7% 가량 올린 상태”며 “건설사들 상황이 힘들다보니 아직 올린 비용도 다 못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가격을 더 올리면 그것마저 받지 못할 것 같아 크게 올리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선 기자(on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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