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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반감기 엇갈린 전망에… 美 채굴주, 반토막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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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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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가상자산 채굴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앞두고 최근 비트코인 가격마저 약세를 보이면서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의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비트코인 채굴사 라이엇 플랫폼스는 전날보다 1.1% 하락한 7.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8거래일 연속 이어진 하락세다. 라이엇 플랫폼스 주가는 지난 2월 14일 17.62달러로 올해 들어 고점을 기록한 후 2개월 만에 54.8% 떨어졌다.

다른 주요 비트코인 채굴사의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마라톤 디지털은 지난 2월 말 주가가 30달러를 웃돌았지만, 17일 14.63달러로 하락했다. 아이리스 에너지도 2월 이후 주가가 줄곧 약세를 보이며, 최근 2개월 만에 50%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채굴사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 한 달 넘게 강세를 보였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지난 1월 10일 승인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채굴사 주가도 덩달아 뛴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지난해 말 5700만원대에 거래가 됐던 비트코인은 3월 들어 1억원을 넘어서며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당시 채굴사 주가가 오른 데는 ‘반감기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반감기는 4년 주기로 도래하는데, 오는 21일 오전 네 번째 반감기가 시작될 예정이다. 지금껏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업체에 악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채굴사들은 여러 대의 고성능 컴퓨터와 막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해 블록을 생성하고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는데, 반감기에는 손에 쥐는 비트코인 수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감기가 지난 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경우 채굴사의 이익도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지난 세 차례의 반감기가 지난 후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직전 반감기였던 지난 2020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약 8755달러에서 5만6413달러로 1년 만에 6배 넘게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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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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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2월까지 주요 채굴사들의 주가가 상승한 것도 이번 네 번째 반감기를 지난 후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4월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세 차례의 반감기를 거치면서 비트코인 보상 물량의 감소 폭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반감기가 오기 전 채굴자들은 블록 하나를 채굴할 때마다 50개의 비트코인을 받았다. 지난 2012년 첫 번째 반감기에서는 블록당 채굴 보상이 25개로 줄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반감기를 거치면서 블록당 채굴 보상은 12.5개, 6.25개로 각각 줄었고, 올해 반감기를 지나면 보상이 3.125개로 감소하게 된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에는 반감기 후 비트코인 공급 물량이 크게 감소해 희소성이 부각되고 가격이 상승했다”면서 “이번 네 번째 반감기에서는 가격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점도 채굴사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계속된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 분쟁이 지속되자 투자자들은 금이나 미국 채권 등 전통적인 안전 자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다만, 일부 금융사들은 최근 조정에도 올해 반감기를 거친 후 비트코인 가격이 재차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금 유입이 재개될 경우 가격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 6만1000달러대인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까지 15만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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