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안법은 배추·고추·사과·배 등의 최저 가격을 예산으로 보전해 주는 내용이다. 주요 5대 품목 보상에만 매년 1조1900억여 원의 예산이 든다. 하지만 재원 조달 방안도 제출하지 않았다.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먼저 보상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토록 한 전세 사기 특별법도 이미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2조원의 예산이 든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새 국회가 열리기도 전에 다시 입법 폭주를 시작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는 노란봉투법, 의료 직역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간호법, 공영 방송을 자기들 편으로 만들려는 방송 3법 등도 처리 예고했다. 모두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는 부작용 때문에 추진하지 않았던 법들이다. 이 역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이재명 대표는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총선 공약을 정부가 반대하자 아예 법률로 밀어붙이려고 한다. 예산(13조원) 부담이 크고 삼권분립 취지에도 어긋난다. 노동·연금·교육·규제 개혁 등 국가적 과제나 기업·민생 살리기용 법안은 외면한 채 포퓰리즘 법안들만 앞세워 추진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헌정 질서를 뒤흔들 극단적 주장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윤호중 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립적 국회 운영을 위해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국회법 취지를 부인한 것이다. 이 대표의 대장동 사건 변호사를 지낸 한 당선자는 “사법부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원까지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4년 전에도 총선에서 압승한 뒤 공수처를 만들고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밀어붙였다. 각종 쟁점 법안들을 위장 탈당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통과시켰다. 결국 국민 심판을 받아 4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그런데 또 같은 전철을 밟으려 한다. 반윤석열 바람으로 승리해 놓고 입법 폭주 허가를 받은 것처럼 생각한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거의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이 없는 가운데 단독 처리하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보면 국회가 마치 민주당 부속 기관이 된 것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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