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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MT시평]에너지를 보는 두 개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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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준동 고문(법무법인 세종)


에너지산업은 복잡하다. 석유, 석탄에서 원전, 신재생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한 눈에 전체가 그려지지 않는다. 날마다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면서도 국가적으로는 제일 중요한 인프라다. 기름이나 전기가 없으면 전투기가 못 뜨고 삼성전자도 폐건물에 불과하다. 그래서 에너지정책은 모든 나라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규제산업이다. 하지만 에너지산업도 결국 시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가격과 기술이라는 두 창문을 통해 현재의 모습과 앞으로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창은 현재의 '가격'(Price)이다. 에너지도 경제학의 불변하는 진리,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돈의 원리 속에서 움직이는 제품에 불과하다. 고래가 바다를 떠나 존재할 수 없듯이 에너지도 철저히 시장의 기본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예속된다. 우리나라는 기름과 가스를 전량 수입하면서도 에너지는 어마무시하게 쓰는 세계 7대 에너지 소비국이다. 그렇다고 중동의 사막이나 몽골고원처럼 태양광이나 풍력자원이 풍부하지도 않다. 전체 에너지 중 신재생 비중은 세계 40위 밖이다. 유럽처럼 부족하면 옆 나라에서 빌려올 수도 없다. 에너지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섬이다.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변동은 수시로 한국에너지섬을 때린다. 이를 무시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싼 전기나 가스를 물처럼 쓰면 결과는 자명하다. 부채가 5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과 가스공사가 살아 있는 증거다. 그래서 에너지에서만큼은 우선은 경제성이다. 경제성은 수요-공급에 충실한 가격결정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에너지 문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원가요인이 국내 에너지요금에 유연하게 연계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가격에 왜곡이 일어날수록 산업이 비틀거린다. 현 정부의 에너지 공약인 에너지위원회 독립화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에너지도 제값을 받아야 미래 신기술이든 안전이든 투자여력이 생긴다. 현재 에너지원별 시장이 정상인지는 가격이라는 창을 통해 알 수 있다.

다음은 미래의 '기술'(Technology)이다. 지금 에너지의 글로벌 대세는 기후변화 대응이다. 탄소배출의 3분의2 이상이 에너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는 지금 소위 기후테크 전쟁 중이다. ESG 바람에 더해 탈탄소 분야에 글로벌 자본이 몰려든다. 여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답이라는 선입관은 배제된다. 탄소중립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변화에서 인류를 구원할 기술 구세주의 도래에 관한 한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알 수 없다. 빌 게이츠는 SMR(소형모듈원자로)를 예로 들면서 구세주 기술은 이미 와 있다고 하고 각국으로 하여금 기후테크 투자를 독려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구세주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한다. 암튼 현재 SMR, 석탄화력의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심지어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는 e-Fuel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전 분야에서 탄소제로 기술혁명이 진행된다. 그래서 에너지가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해서는 기술의 창을 통해 시야를 최대한 넓혀야 한다.

가격은 현재의 모습을 대변하고 기술은 미래의 모습을 결정한다. 현재의 눈과 미래의 눈으로 한국의 에너지산업을 본다.

김준동 법무법인 세종고문· 前대한상의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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