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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정부 눈치보기 끝났나…총선 끝나자 식품·생필품 ‘도미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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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값도 올랐네 18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김을 소비자가 고르고 있다. 광천김과 성경식품, 대천김 등 조미김 시장 점유율 5위 안에 드는 중견업체 3곳이 이달 김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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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 급등에
업계는 “제품값 인상 불가피”

기업 탐욕이 물가 부채질하는
‘그리드플레이션’ 우려도 확산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에 눈치를 보던 기업들이 4·10 총선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폭탄 도미노’가 현실화했다.

18일 식품·유통·외식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다음달부터 빼빼로 등 과자와 초콜릿을 비롯해 구구크러스터 등 아이스크림까지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최근 1년 사이 초콜릿에 들어가는 코코아 가격이 크게 뛰었다”면서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을 더 이상은 받아주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제과업체들은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은 원재료값 부담을 토로한다. 실제로 지난해 1~10월 t당 평균 2000~3000달러이던 코코아 가격은 최근 1만411달러까지 치솟았다. 설탕 원료인 원당 가격 역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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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미김도 덩달아 가격이 뛰고 있다. 조미김 전문업체 광천김과 성경식품, 대천김은 이달 들어 제품 가격을 10~20% 올렸다.

업체 관계자는 “원초 가격이 1년 전에는 120㎏ 한 망에 7만원이었는데 지금은 5배인 35만원까지 올랐다”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대기업인 동원F&B와 CJ제일제당도 조만간 가격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필수품 가격도 다음달부터 줄줄이 오른다. 편의점에서는 일부 볼펜과 라이터, 생리대 등의 가격이 최대 33%까지 급등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에서 원자재와 생산비용 증가를 이유로 납품단가 인상을 알려왔다”면서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모두 동일하게 올린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피죤 섬유유연제와 쏘피 생리대 등 생필품을 시작으로 과자와 김, 일부 라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치킨업체들은 이미 가격 인상을 선포했다. 굽네는 지난 15일부터 9개 제품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올렸다. 파파이스도 치킨 등의 가격을 평균 4%(100~800원) 인상했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을 올린 교촌과 bhc는 물론 비비큐도 물가 오름세와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 비용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정부 눈치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올렸다. 서울 수서동에 사는 직장인 최모씨(43)는 “몇년 전만 해도 월 2900원에 부담 없이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월 8000원이면 탈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외식비가 너무 올라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고 있는데 이참에 쿠팡이츠 배달음식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식용유와 된장 등 서민 밥상의 필수 식품 가격은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식용유(100㎖)는 지난해 동기 대비 평균 49.8% 급등했고 설탕(27.7%), 된장(17.4%) 등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또 카레(16.3%), 우유(13.2%), 맛살(12.3%), 커피믹스(11.6%), 고추장(7.8%), 햄(7.6%), 시리얼(6.7%) 등도 올랐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중동 전쟁 위기까지 닥치면서 도미노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식품업체의 경우 수천가지 제품 가격 인상을 일일이 고지할 필요가 없는 만큼 은근슬쩍 올리면 서민들은 지갑이 얇아지는 걸 체감할 수 없다. 포장은 그대로인데 교묘히 용량을 줄이거나 제품명을 바꿔 신제품으로 내놓으며 가격을 올리는 ‘꼼수’도 경계 대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이 고물가 분위기를 틈타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물가 상승을 부채질(그리드플레이션)하는 걸 파악할 수 있는 ‘탐욕지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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