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고환율에 기후까지 덮친 식탁 물가…남몰래 웃는 '불닭'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류 코너에 빼빼로가 진열돼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화가치 하락에 이상 기후가 겹치며 수입산 원재료에 의존하는 식품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가뭄과 이상 고온으로 작황이 부진했던 카카오, 커피, 설탕 등의 가격이 고환율로 급등하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원재료 수입 가격을 따지며 가격 인상 카드를 내밀고 있다.



롯데웰푸드, 초콜릿류 가격 인상



18일 롯데웰푸드는 다음달 1일부터 초콜릿류 과자와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고 밝혔다. 가나마일드, ABC초코, 초코 빼빼로, 빈츠, 구구크러스터 등 17종이다. 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코코아 가격 급등하며 이를 원료로 한 초콜릿의 생산 단가도 함께 뛰었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기상 이변에 카카오 병해가 겹쳐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했다”며 “중국의 초콜릿 소비량이 증가하는 등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코코아 재배량은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코코아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코아 선물가격은 올해 초 47년 만에 종전 최고치(톤당 4663달러)를 경신한 이후 연일 상승세다. 15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코코아 선물가격은 톤당 1만55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부 열대 해상의 수온이 예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며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나, 코트디부아르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국내 최대 초콜릿 사업자인 롯데웰푸드가 제품 가격을 올리며 오리온, 해태제과 등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 영향으로 가뜩이나 비싼 코코아 매입 비용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1400원대 안팎을 오르내리며 2022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는 인상 계획이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원재료 가격 ‘고공행진’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 중인 국내 식품업계는 환율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밀가루·설탕·식용유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빵, 과자,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영향을 받는다. 이들 기업들은 보통 원재료를 3~4개월 치 선매입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미국 달러화에 관련된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며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세후 이익이 181억5000만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통상 원·달러 환율 기준을 1300원대 중반으로 놓고 사업계획을 세웠다”며“현재 환율 상승을 감안해 매출 목표를 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乳)업계 관계자도 “가정 등에서 많이 소비하는 슬라이스 치즈는 블록 치즈 원료를 수입해 생산한다”며 “환율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플레이션’도 가세



중앙일보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김.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기후플레이션’도 식품 가격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광천김, 성경식품, 대천김 등 조미김을 생산하는 중견업체들은 최근 제품 가격을 10~20% 올렸다. 김의 원재료인 원초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주로 재배하는데 최근 중국·일본에서 이상 기후와 적조 등으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주요 커피 생산국도 가뭄으로 생산량에 타격을 입었다.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들어가는 로부스타의 경우 올 들어 가격이 전년 대비 60% 넘게 뛰었고 아라비카 커피 선물가격도 지난 2022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연간 1조5000억원어치 커피를 수입하고 있는 한국도 이 여파를 피해가기 어렵다.



수출 기업은 남몰래 미소



중앙일보

삼양식품의 불닭 브랜드 해외 프로모션 현장. 사진 삼양식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입 가격 상승으로 고민하는 대부분의 식품기업과 달리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경우 고환율에 따른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동 등에서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며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68%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이 약 61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삼양식품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어제보다 3.07% 오른 26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