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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몰아보기 NO 음미하세요”...박찬욱표 블랙코미디, ‘동조자’[MK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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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사진 I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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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의 매력은 몰아보기라던데...‘동조자’는 한 회씩 천천히 음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장 박찬욱 감독의 글로벌 안방 귀환이다. ‘동조자’ 시리즈를 통해서다.

박찬욱 감독은 18일 오후 삼성 코엑스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관에서 진행된 ‘동조자’(감독·제작·극본 박찬욱)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의 메시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블랙 코미디’ 요소를 살려냄으로써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 시리즈만의 긴 호흡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채로움에도 주력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여러 역할을 소화할 배우들을 열심히 찾았고 저마다 훌륭한 분들이 연기해줬다. 특히 로다주는 워낙 슈퍼스타라 캐스팅에 큰 기대를 안 했는데 금방 러브콜에 화답해줘 기쁘고 고마웠다”며 웃었다.

로다주의 ‘1인 4역’ 설정에 대해서는 “원작 소설을 읽고 나서 초창기부터 떠올렸던 아이디어”라며 “소설에도 나오고 드라마에도 나오는 장면인데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고기 썰어먹는 장면이 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성공한 백인들인 교수, CIA, 하원의원 등이 결국 미국을 뜻하는 미국 시스템, 미국 자본주의, 미국이라는 기관을 보여주는 4개의 얼굴일 뿐이구나. 결국 하나의 존재라는 걸 느꼈다.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시청자가 단박에 알게 하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교묘하게 대사를 쓰기보다는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건 어떨까 싶더라.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면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이 미친 사람 취급할까 걱정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좋은 반응을 보이더라. 오히려 이 아이디어가 제작사인 A24나 HBO가 작업을 진행할 때 좋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배우들이 완벽하게 소화해줬다. 원작의 문학적 묘미를 활용해 영화와는 다른 시리즈만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출했고 배우들도 큰 힘이 돼줬다. 부조리한 유머, 블랙 코미디의 성향을 최대한 살렸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상황에서 나오는 씁쓸한 유머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강조했다.

스타투데이

사진 I 유용석 기자


‘동조자’의 글로벌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해서는 “‘기생충’ ‘파친코’ ‘오징어 게임’ 등의 성공이 지금의 세계적인 관심을 가능케 했다. 동시에 변화화는 시대 상황도 뒷받침 되어줬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목소리가 힘을 지니게 됐다.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대규모 자본이 이런 이야기에 투입되고, 관심 받고, 전 세계에 보여질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놀랍다. 어쩌면 늦었을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동조자(The Sympathizer)’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후 선보이는 첫 번째 작품이자,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글로벌 시리즈로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의 퓰리처상 수상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박 감독은 한국인 감독으로 베트남 역사를 다룬 어려움을 묻자 “한국인으로서 내가 베트남 역사를 바라보는 적당한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내 정체성을 잘 유지하며 촬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어 “1970년대 베트남에 대해 완전히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르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 알지만 완전히 감정 이입해서 동일시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근현대사 공통점을 지닌 나라의 국민으로서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다”며 “극 중 주인공인 ‘대위’가 미국 대중 문화에 매몰된 마음도 어느 정도 알 것 같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쇼를 만들기엔 내가 적당한 거리감을 지니지 않았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떤 소재를 표현하기 위해 그 집단에 속해야 한다, 그래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독일 감독이 한국 역사를 다룬 영화를 만들겠다고 해서 비웃을 생각도 없다. 우리와 다른 관점으로 볼테니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다고 생각하며 볼 것 같다. 다만 소재가 되는 지역과 사건, 역사 등을 얼마나 진지하게 공부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겐 주어진 원작이라는 게 있으니까 원작 작가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그 의도를 잘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작품은 총 7부작인 가운데 박찬욱 감독은 1~3화를 연출했다. 4화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5~7화는 마크 먼든가 각각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시사회에서는 1·2화만 공개됐다. 해외에서 선 공개된 뒤 박 감독이 연출한 초반부는 극찬이 쏟아졌지만 후반부는 상대적으로 몰입도가 덜한 평이 나오며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박 감독은 이와 관련해 “최대한 다 하고 싶었지만 7편을 현실적으로 다 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좋은 연출자분들을 모셔와 전체를 아우르는 중요한 것들은 강조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 외 매회 메가폰들의 개성은 존중했다. 특히 한 복판에 있는 4번째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을 대목에서 활기를 불어넣어주며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 같다. 후반부를 담당해준 프로듀서분들께도 전반부의 핵심을 거듭 공유하고 보여줬고, 마지막 후반 작업은 당연히 내가 했다. 처음인만큼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남자 ‘캡틴’ 역의 호아 쉬안데를 중심으로 ‘1인 4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배우 산드라 오 등이 출연하며 박찬욱 감독이 공동 쇼러너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 각본, 연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 했다.

‘동조자’는 오직 쿠팡플레이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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