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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의료사각] 노숙인·쪽방촌 초고령 그늘..."공공의료, 돌봄까지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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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신수용 신도경 기자 = 고령화로 인해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의 의료 수요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료의 역할을 진료뿐 아니라 돌봄의 영역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자다. 특히 노숙인 고령자 비중이 10년간 높아졌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립중앙의료원이 공동 발간한 '노숙인 의료지원제도 개선방안 연구' 결과다.

◆ 노숙인·쪽방촌 주민 2명 중 1명 60대 이상 고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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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사진=뉴스핌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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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쪽방촌 주민의 61.2%가 60세가 넘는 고령자다. 60대가 36.3%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가 32.8%, 70대는 19.8%를 기록했다. 정부의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 조사' 결과 노숙인 53%는 60대 이상 고령자다. 50대와 60대가 각각 31.6%, 38.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70세 이상은 14.6%다.

이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팀장은 "노숙인의 고령화와 이들의 거주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일반 시민과 같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노숙인을 인정해 자유롭게 의료급여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쪽방촌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재택의료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숙인은 진료시설 지정제도 아래 지자체가 정한 의료 기관에서만 진료받을 수 있다.

취약계층의 고령화로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병원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현실은 반대다. 코로나19에 이어 전공의 이탈 사태에 공공병원을 비상 진료체계에 동원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각 지대가 되려 커졌다.

정부는 지난달 전국 쪽방촌과 노숙인 진료소에 3명 있는 공중보건의 중 1명을 대형병원으로 차출했다. 과거 메르스 확산 때도 공공의료원이 거점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입원 중인 노숙인들은 강제 퇴원을 당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공공병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지역별 편중도 심한 데, 대전은 2~3차 공공병원이 없어 노숙인 의료 급여 1종을 사용할 수 없고 이를 반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며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 70~80%를 모두 받았던 사례에서도 보듯 전체 시민의 의료 질을 올리기 위해서도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공공병원 인력난·재정난에 '흔들'...병상 가동률도 절반 이하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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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대학병원에 입원과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있는 가운데 공공병원인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한산한 모습이다. [서울=뉴스핌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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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의 의료권 보장은 생존권을 지키는 문제이자 이들의 자립을 위한 토대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시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면서 큰 손실을 안고 있다. 더욱이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파업 여파로 빚어진 의료대란으로 비상 경영에 돌입하는 등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공병원의 적자는 커지고 병상 가동률이 떨어졌다. 공공병원의 인력난도 극심해지는 등 운영 전반에 차질을 겪고 있다. 공공병원은 과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부분 병상을 비우고 나머지 진료과는 축소·중단하면서 기존 환자를 민간병원에 빼앗기면서다.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따르면 공공 병상 이용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3.37%에서 2022년 43.46%까지 급감했다. 재정 환경도 악화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의료 손실은 2019년 340억원에서 2022년 72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의료원의 의료 손실 금액은 2019년 288억원에서 2022년 815억원을 기록했다.

공공병원은 취약계층뿐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지만 공공의료기관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전체 숫자에서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5.5%다. 4년간 공공병원 수는 동일하게 41개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병상을 비우며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공공병원이 민간병원보다 급여도 낮고 취약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인력난이 심하다"고 답했다.

◆ 간병·재활 등 후속 의료조치 필요..."취약계층 전담 공공 의료기관·의료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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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역에서 노숙하고 있는 노숙인들. [사진=뉴스핌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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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의 고령화로 간병과 재활, 요양과 같은 돌봄 서비스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박승민 동자동 사랑방 활동가는 "간병비가 하루만 입원해도 14만원이 넘는 데 장기간 입원할 경우 막막한 상황이 된다"며 "시각 장애인과 같이 장애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 간병비와 간병인과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노숙인은 재활 치료나 요양이 필요해도 요양병원을 이용할 수 없다. 이곳이 노숙인 지정 진료시설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퇴원 후 결핵과 같은 일부 질환을 제외하고는 이들을 지원할 후속 체계도 미비한 실정이다.

영국과 미국, 캐나다에선 이들에 대한 후속 간호와 간병 등 사후 조치를 위해 단기회복지원(Medical Respite Care) 정책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정책을 통해 노숙인들은 치료뿐 아니라 휴식과 일상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아파트 등 다양한 공간을 제공받는다.

노숙인들에게 특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도 있다. 영국은 주요 도시에 노숙인에게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GP SHHC(P(General Practice Specialist Homeless Healthcare Centre)를 운영한다. 등록 장벽이 없고 노숙인에게 특화된 치료를 제공한다

공공병원 확대와 공공의사 양성하는 등 공적 의료 인프라를 보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대표는 "노숙인들은 개인 병원을 선뜻 찾지 못하는데, 개인 병원에서도 이들을 받길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며 "부산의료원 산하에 노숙인을 전담하는 공공의원을 운영하면서 촉탁의를 두는 안 등을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지역주민 반대로 가로막혔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20년 넘게 노숙인 진료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정 대표는 "전체 공보의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쪽방촌 거주민과 노숙인을 위힌 공보의 추가 배치는 한계가 있기에 공공병원과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취약계층을 전담하는 공공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며 "노숙인에 대한 지원을 복지와 이들의 진료 받을 권리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aaa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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