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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아주 특별한 인허가’ 용인 실버타운 특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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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김철준 기자 = 노인복지를 위한 시설 건립계획이 마지막 분양형 실버타운 건립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 소재의 노인복지주택 이야기다. 계획안 인가와 건축허가에 용인시가 시행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계속 나온다. 도로 확보도 하지 않고 삽을 뜬 것은 의아하다는 업계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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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막으로 막혀 있는 왕복 2차선 도로 ⓒ차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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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고기동에 건립 중인 노인복지시설의 건립인가를 두고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감사원서도 부적절한 인가라고 지적했지만 용인시가 합법적이라고 두둔하며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왕복 2차선에 불과한 도로 여건서 공사차량의 통행 문제도 있다. 주민들은 해당 건설현장이 교통역량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변경된 계획
갑자기 왜?


논란이 발생한 곳은 용인시 고기동 산20-12번지 일대 노인복지시설 건립 현장이다. 용인시 등에 따르면 해당 현장은 지난 2010년 9월 고기동 일대 19만9640㎡에 559세대 규모의 실버타운을 개발하기로 계획됐다.

계획안은 당시 용인시의 ‘도시계획시설 중 사회복지시설(유료노인복지주택)의 입안 기준’을 따랐다. 해당 입안 기준은 분양세대는 50% 이하로 공용목적(의료시설, 체육시설, 편의시설 등) 시설은 주거 부분 연면적 대비 20% 이상 확보해야 하며, 원형보존용지 면적을 전체의 30%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실제로 당초 계획안에는 업면적 19만9640㎡, 실버타운 550여가구 개발, 분양 265가구 47%, 연면적 1만1000㎡, 7층 노인병원 건립이 들어가 있었다.

또 한강유역환경청이 녹지훼손을 우려해 실버타운 높이를 산의 6부 능선인 약 196m까지로 제한하고 자연경관을 최대한 유지하라고 권고한 것에 따라 복지시설의 최초 층고는 지상 8층으로 계획됐었다.

해당 계획안이 노인복지주택 제도의 도입 취지에 따라 사업자의 개발이익보다 노년층의 주거 안정이라는 목적을 두고 있었기에 용인시에서 승인한 셈이다.

하지만 2014년 6월 용인시는 유료노인복지주택 입안 기준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분양 비율, 공용조건, 가구수가 전부 풀렸다. 용인시가 발행한 시보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시행사는 용인시의 이 같은 행정조처를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계획변경인가를 계속해서 신청했다. 공용목적 시설은 없어지고 세대수와 분양 비율도 늘렸으며 용적율마저 올라갔다.

결국 2015년 시행사가 시에 제출한 최종 실시계획인가안에는 400세대 이상 늘린 969세대 중 90%(869 세대)이상이 분양이었으며 1만1000㎡의 요양병원 건립계획은 사라지고 649㎡의 의료지원시설로 바뀌었다. 게다가 계획안에는 지하 8층, 지상 15층으로 용적률이 올리가기도 했다.

노인복지시설서 노인복지주택
노인복지법 개정 직전 건축허가


일각에서는 ‘노인복지시설’이 아닌 ‘노인복지주택’ 즉 실버타운 건립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인시는 해당 실시계획안을 인가했다. 게다가 2015년에 노인복지주택의 분양을 금지하는 노인복지법이 개정되기 직전, 용인시가 실시계획안은 인가하고 건축허가를 승인해 특혜 의혹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월 노인복지법 개정안의 입법을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노인복지주택의 분양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2010년대 들어 경기 용인시의 ‘스프링 카운티 자이’ 등 분양형 시니어타운이 집중 공급됐다. 하지만 고령층이 아닌 일반인에게 실버타운을 분양하는 식의 사기가 기승을 부렸고, 무분별한 전매로 인한 투기수요 유입 문제도 불거졌다.

노인복지주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결국 정부는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폐지를 결정했고, 같은 해 7월29일 개정안이 시행됐다.

즉 시행사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금지되는 사실을 알고도 용인시에 실시계획안을 냈으며 용인시는 또 그걸 인가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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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장투리 마을자치회서 내건 플래카드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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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10일 경기도 건축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용인시가 시행사에 특혜를 줬다는 정황은 더 명확하게 나온다.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이 “현 계획으로는 난개발이 우려된다” “고층형이 아닌 저층형으로의 검토가 필요하다” “개발계획안이 개정된 노인복지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용인시 관계자가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금년(2015년) 7월28일 건축허가된 건에 한해 분양이 가능한 점을 감안해 조건부로 의결해주길 바란다”며 의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계획안은 위원회를 통과했다.

급발진 모드
서둘러 진행


위원회 통과 이후 용인시 건축 관련 부서는 건축법 저촉 여부만 확인하고 관련 내용의 실시계획인가를 담당하는 도시계획 부서에 통보했으며 결국 개정된 노인복지법이 시행되기 전날,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가 났다. 고기동 노인복지주택이 마지막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된 셈이다.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그 당시는 노인복지시설 계획안이 처음 제출된 지 이미 5년 정도 지난 후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위원회서 이야기한 것이지,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실시계획안을 시행사가 내고 인가가 나면 업체가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하는데 시에서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가 한 번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며 급하게 처리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용인시 고기동 주민들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말 실시계획인가 및 건축허가 협의 과정서의 비위 행위와 관련해 감사실시를 결정하고 감사를 진행해 용인시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노인복지주택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용목적 시설 등이 확보되지 않아 노인복지시설로서의 기능을 찾아보기 어려운 분양형 고층아파트의 형태로 인가됐다고 판단했다.

또 사업시행자가 사업 내용을 변경해 주택 분양 비율을 확대하거나 공용시설 면적을 축소해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했는데도 ‘유료노인복지주택 입안기준’이 폐지됐다는 사유로 시설의 종류와 목적, 관련 법령의 개정 취지와 행정지도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채 실시계획을 인가했다고 봤다.

감사원은 해당 판단을 근거로 노인복지주택이 노인주거복지시설로서 목적에 맞게 설치될 수 있도록 적정 규모의 공용시설을 확보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시행사가 주민들을 모아 도로 확보에 관한 주민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에 감사원 조사를 염두에 두고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상하고
수상하다


앞서 공익감사를 청구했던 용인시 고기동 주민 중 한 명인 A씨는 “감사원이 사업 추진 과정서 문제점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으면 자칫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며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첫 삽을 떠 사업 중단을 막겠다는 용인시의 특혜 행정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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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시설서 분양형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으로 변경된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 소재의 공사현장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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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동 노인복지주택 부지는 공사 차량 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당초 시행사는 고기동 고기초교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통해 공사 차량을 통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생 안전을 이유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해 용인시로부터 착공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자 시행사는 고기초교 방향이 아닌 반대편의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으로 이어지는 소도로를 이용하는 공사용도로 변경 계획안을 내놨다. 해당 계획안에는 편도 1차선 도로 800m 구간을 2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하지만 석운동 주민들과 성남시가 “서판교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가 위치해 있는 석운동은 개발제한지역으로 공사 차량이 이용하려 하는 도로(석운로)의 폭이 7m도 안되고 인도도 없다”며 반대했다.

용인시는 착공 허가만 내주고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 공사 차량 운행을 제한했다. 이에 사업시행사 측은 지난해 11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시행사는 행정심판서 “고기초를 지나지 않는 도로를 이용한 우회도로를 제시하고,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행계획을 제출함으로써, 이미 공사용 도로 관련 인가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피청구인(용인시)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한 부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행정심판위원회는 용인시의 운행제한이 정당한 행정절차라고 판단했다.

주민 반대로 도로 사용 못해 공사 중지
감사원 감사·건축 취소 민원에도 강행


도행정심판위원회는 “건축심의 및 실시계획인가 단계서 청구인에게 부여된 사항으로, 청구인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의 통보가 지역주민의 공사 차량 운행 반대 문제 해결 방안을 수립해 재협의하도록 요청하는 것인 만큼, 사업시행자의 권리·의무에 어떠한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정심판이 각하되자 이번에는 고기초교 앞 동막천 건너편 성남시 대장동 벌장투리마을을 통한 임시도로를 개설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해당 도로는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의 회차로를 사용해 벌장투리마을을 지나 공사현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재는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회차로를 지나 나오는 벌장투리마을 주민들도 공사 차량이 지나는 걸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용서고속도로 운영사인 경수고속도로와 회차로 도로점용을 허가받을 때 허가조건으로 ‘본 점용시설물로 인해 공사 중 또는 공사 완료 후 제3자의 피해, 민원, 고속도로 시설물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등 제반 피해에 대해 피허가자의 책임으로 해결 또는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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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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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행사는 용서고속도로 회차로 도로점용을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옹벽 설치 중 모든 도로 사용이 막혀 공사가 중지됐지만 용인시는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있다며 공사 차량 운행을 일시 허용했다.

용인시는 옹벽 설치 중 현 시점서 공사 중지 시 옹벽전도 및 절취사면붕괴 우려로 인근지역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상존해 4월11일까지 공사 차량 운행(새벽시간 2시~6시) 일시 허용이 부득이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공사 차량통행으로 인한 시민 안전 민원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산사태에 의한 재난”이라며 “25톤 일반 공사 차량 대신 5톤 이하 차량으로 제한하고 현장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약 2주간(새벽 2~6시) 옹벽 자재반입 공사 차량 약 15대에 대해 운행을 허가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기동, 장투리마을 등 주민들은 고기동 노인복지주택의 건축허가 취소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고 있다. 용인시는 일부 시민들의 민원에 대해 ‘안타깝지만 당시 노인복지법에 따라 허가가 난 상황으로 위법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직권남용
행정소송?


시가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건축물 착공 신고서의 기재 사항에 대한 흠결이나 서류 미비 사항 등의 문제가 없다면 ‘건축법’에 따라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거부 시 직권남용이 성립돼 손해배상 등의 행정소송을 피할 수 없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도로 확보도 하지 않고 실시계획안을 제출하고 인가를 받은 것도 이상하지만 인가 이후 4~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옹벽만 설치하고 실제 건립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도 건축 취소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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