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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英 안무가 매슈 본 "잘 길들여진 버전은 지루해…과감하게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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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19일 LG아트센터서울서 '로미오와 줄리엣' 한국 초연

오늘날 청소년 이야기…"새로운 세대를 위한 '뉴 어드벤처스' 버전"

연합뉴스

안무가 매슈 본
ⓒJohan Persson[LG아트센터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세대에 관한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대중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을 변주해 새롭게 들려주는 데 탁월한 영국의 인기 안무가 매슈 본이 최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다음 달 8∼19일 LG아트센터서울에서 국내 초연하는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문제아로 분류된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우리에게 익숙한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매슈 본은 18일 한국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자신이 선보여야 할 작품으로 자주 언급됐었지만, 상당 기간 작업을 미뤄왔다고 밝혔다.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발레는 물론 오페라,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이미 많이 다뤄졌다고 느낀 탓이라고 했다.

매슈 본은 "언젠가는 이 놀라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기반으로 '뉴 어드벤처스'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법은 간단했다"며 "젊은 창작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를 만들기로 했다"고 작품에 착수하며 중점을 삼았던 부분을 밝혔다.

매슈 본은 2018년 영국에서 16∼19세 무용수들을 선발하는 오디션을 개최해 출연진을 채웠고, 20대 여성 안무가 아리엘 스미스와 협업해 에너지 넘치는 안무를 만들었다. 2019년 런던 초연에 대해 일간 가디언은 "젊은 세대가 무대 위에 지진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어린 두 남녀의 궁극적인 첫사랑을 그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재능과 그들의 시각에서 영감을 얻어야 했어요.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듣고 싶었죠. 오늘날 세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과 젊은이들만이 가져올 수 있는 에너지와 통찰력을 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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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
ⓒJohan Persson[LG아트센터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매슈 본은 대사가 없는 무용극인 만큼 원작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대사가 없으니 더 과감하게 이야기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며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를 들어내는 작업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회상했다.

매슈 본의 작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문제 청소년들을 교정하는 시설인 '베로나 인스티튜트'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고,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위험한 사랑을 이어 나간다. 극에는 약물 트라우마, 우울증, 학대, 성 정체성 등도 녹아있다.

매슈 본은 무대 배경에 관한 질문에 "청년들이 감금된 듯 보이는 상상의 장소"라며 "이곳을 소년원, 학교, 감옥, 병원 아니면 모종의 잔혹한 사회 실험이 자행되고 있는 곳으로 볼지는 관객들의 몫"이라고 답했다.

이어 "때로는 보기 힘든 장면들도 있지만, 그 비극적인 결과를 직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추하고, 유혈이 낭자하고, 원초적인 비극이 기다리고 있고, 그래서 원작보다도 더 가슴이 미어질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극은 비극으로 치닫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순수하면서도 정열적인 사랑은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이라고 언급될 만큼 강렬한 파드되(2인무)로 표현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치 한 몸이 된 듯 돌고 구르면서 춤을 춘다.

매슈 본은 "이 장면은 캐릭터들이 진정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첫 순간을 보여준다"며 "사랑에 처음 빠졌을 때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 감정과 흥분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볼이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는 흔한 방식보다는 도전적인 안무를 선보이려고 했다"며 "두사람 모두 영원히 끝나길 원치 않는 그런 순간, 관객들 모두가 간직한 그런 청춘기의 추억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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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
ⓒJohan Persson[LG아트센터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매슈 본은 앞서도 고전을 이 시대에 맞게 새롭게 해석해 선보여왔다. '백조의 호수'에서는 가녀린 여성 백조 대신 근육질 남성 백조를 내세웠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는 현대의 뱀파이어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는 고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과 파격적인 연출로 '스토리텔링의 장인'이라고도 불린다. 그 역량을 인정받아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을 9번이나 받았고, 2016년 영국 왕실로부터 현대 무용가 중 최초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저는 잘 길들여진 버전을 만드는 데는 의미를 느끼지 않아요. 그것은 관객에게도 지루하죠. 관객들은 놀랄 일들을 경험하기를 원해요. 그 놀라움이 매우 중요하답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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