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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2030대, 자녀계획 의향 밝힌 비율 높아져”…출산율 반등 기대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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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계획 있어요” 젊은층 늘어

세계일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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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자녀 계획 의향이 있는 젊은층이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4분기 출산율이 0.6명대 수준까지 떨어진 충격적인 상황에서 이번 조사 결과가 향후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게 할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사노동, 돌봄 등을 성별 구분 없이 똑같이 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부부간 대화시간이 늘어나는 등 가족관계는 전반적으로 더 건강해졌다. 이러한 요인이 자녀계획 의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30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고 무자녀 상태를 지속할 경우 경력단절 확률이 14%포인트(p) 이상 낮아진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도 있다. 경력 단절은 개인의 평생 소득을 크게 좌우하는 부분인 만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평균 희망 자녀 수 1.5명

17일 여성가족부가 작년 6∼7월 전국 1만2천가구의 만 12세 이상 모든 가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자녀계획 의향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다.

20∼30대 젊은 층에서 자녀계획 의향을 밝힌 경우는 직전 조사인 2020년 때보다 오히려 많아졌다.

자녀 계획이 '있다'고 답한 30대는 27.6%, 30세 미만은 15.7%로 각각 2020년 조사 때보다 9.4%포인트, 6.8%포인트 올랐다.

반면 자녀 계획이 '없다'고 답한 30대는 44.4%, 30세 미만은 19.0%로, 직전 조사 때보다 각각 10.3%포인트, 13.5%포인트 떨어졌다.

30세 미만의 65.3%는 자녀 계획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해 주로 30세 이후에 자녀 계획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40세 이상∼50세 미만에서도 자녀계획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5.2%로 직전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자녀 계획이 있는 경우 평균 희망 자녀 수는 1.5명이었다. 전체적으로 2020년과 동일했지만, '1명과 2명'은 증가하고 '3명과 4명' 이상은 감소했다.

◆30세 미만 부부 절반이상 “가사노동 동일”

가사노동과 돌봄에서 여성의 부담은 여전히 컸지만, 젊은 층에서 '똑같이' 분담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사노동과 관련해 '아내'가 하는 평균 비율은 73.3%로 '남편'이 하는 경우(1.4%)와 큰 차이를 보였다.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하는 평균 비율은 25.3%였다.

하지만 30세 미만에서는 이 비율이 56.4%에 달해 연령대가 낮을수록 가사노동 분담이 잘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 준비'·'함께 놀아주기'·훈육 등 9개 자녀 돌봄 항목에서 분담 정도를 묻는 말에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하는 비율도 전 항목에 걸쳐 2020년 조사 때보다 올랐다.

이에 따라 '아내'가 하는 비율이 돌봄 항목 전반에서 낮아졌다. 식사·취침·외출준비 등 일상생활 속 돌봄은 '아내'가 하는 비율(78.3%)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女 고용 증가세…‘경단녀’ 문제 해결 안 되며 저출산 키웠단 분석도

조덕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한정민 KDI 전문연구원은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를 지난 16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무자녀 여성의 조건부 경력단절 확률은 2014년 33%에서 2023년 9%로 크게 줄었으나, 유자녀 여성은 28%에서 24%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과거에는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오히려 더 낮았지만, 여성의 전반적인 경제활동 참가율이 늘면서 9년 새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 연구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절대적인 레벨의 차이냐, 격차의 차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30대 무자녀 여성이 무자녀 상태를 지속할 경우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p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40대 여성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즉,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산을 포기하면 30·40대 여성 10명 중 9명은 경력단절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성별 고용률 격차 감소도 역설적으로 합계출산율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평균적으로 출산을 가장 많이 하는 만 30~34세 여성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 세대의 성별 고용률 격차 감소는 합계출산율 하락의 40%가량을 차지했다.

◆“10년 이상 장기적 시계, 단축근무 등 제도 지원해야”

전체 여성의 고용률이 늘어나는 가운데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잡히지 않으면서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이 더욱 커진 셈이다.

조 연구위원은 "청년 여성이 경험한 성별 고용률 격차 감소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합계출산율은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녀 유무에 따른 경력단절 확률의 격차 확대로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 여성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저출산 해법으로 '유자녀 여성의 상대적인 고용상 불이익'(Child penalty)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시적인 출산휴가 또는 육아휴직 등 단기 출산율 정책만으로는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낮출 수 없으며, 재택·단축 근무 등의 제도적 지원을 10년 이상 장기적 시계로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보조금 정책 확대, 남성의 영유아 교육·보육 비중 확대를 통한 여성의 육아부담 경감 등도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줄어들 경우, 여성이 생애 전반에 걸쳐 제공하는 노동시간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며 "이는 개인 또는 가구 입장에선 평생소득의 증가를, 거시경제 관점에선 노동 공급 증가에 따른 경제 성장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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