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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제 22대 총선

김태호 "대선 때 0.73%P차 의미 돌아봐야…그게 총선 민심" [화제의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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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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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돼 네 번째 금배지를 다는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형님·누님·아우님과 그렇지 않은 자. 36살의 나이에 경남도의원이 된 이후 거창군수를 거쳐 42살에 경남지사가 된 그는 경남 전역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는 형님’이 있다. 그런 그조차 4·10 총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원래 지역구인 산청-함양-거창-합천을 떠나 험지인 양산을에 출마하라는 당의 제안을 받았을 때 '황당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김 의원은 “우리 와이프는 ‘당신 혼자 가서 하라’며 드러누웠었다”며 “나는 한번도 편한 선거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대 총선 때 양산갑·을로 분구된 이후 양산을에선 두 번 연속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이번에 김태호 의원의 맞상대는 똑같이 경남지사 경력을 갖춘 이 지역 현역 김두관 의원이었고, 선거 내내 엎치락뒤치락 박빙 승부를 펼친 끝에 가까스로 이겼다. 선거 일주일 만인 17일 국회 본청 외교통일위원장실에서 만난 김태호 의원은 “절박했다. 정말 절박한 선거였다”는 말을 연거푸 되뇌였다. 그는 “낙동강 벨트에서 교두보를 만들어달라는 당의 명령을 피할 길이 없었다”며 “다행히 낙동강을 사수해 당이 개헌 저지선(100석)은 지켰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그는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에 대해 “지난 대선 격차인 0.73%포인트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0.73%포인트 정도의 미세한 차이는 ‘겸양을 바탕으로 협치의 길을 가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그러곤 “‘내가 권력을 다 잡았다, 통치권을 국민에게 위임받았다’고 생각하는 건 자칫 독선으로 보일 수 있다”며 “지금은 그걸 복기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그러나’와 ‘하지만’을 15차례 사용해 “반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은 국정 성과를 강변하고 싶었겠지만, 오히려 철저히 반성하고 되돌아보겠다고 더 낮은 자세를 보이는 게 좋았을 것 같다”며 “어떤 정책도 국민이 이해 못하면 성공을 못 한다. ‘옳으니까 따라오라’고 하는 순간 오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여의도 용산 출장소’로 불릴 정도로 여당과 대통령은 수직적 상하관계였다”며 “대통령에게 제대로 말할 용기도, 철학도 없었다. 대통령이 ‘하라’고 하면 ‘네, 알겠습니다’로 끝나지 않았느냐”고 국민의힘의 책임도 거론했다. 그러고는 “이제는 당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반자로서 치열하게 논쟁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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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22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인 3월 18일 경남 양산시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부울경 교통망 인프라 확충 공동공약 협약식에서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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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크게 작용했다.

A : “범죄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보다 왜 대통령이 심판 우선순위에 있었을까. 통치행위는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치적으로 포장돼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면서 국민에게는 개발독재 시대의 권위주의로 비춰졌을 수 있다.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Q : 자칫 당정 갈등을 빚는 거 아닌가.

A : “정치력과 절박한 용기를 갖고 대통령과 치열한 논쟁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면 입장이 다를 수가 없다. 국민에게 제일 민폐를 주는 건 대통령과 '맞짱' 뜨는 것처럼 해서 자기 인기를 구하려는 사람들이다. 그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Q :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나.

A : “엄중한 시기에 출마 얘기는 국민 보기에 한가해 보일 수 있다. 다만, 낙동강 벨트에서 민심의 깊이를 봤다는 점에서 김태호가 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Q : ‘당심(黨心) 100%’ 전당대회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A : “대표는 당심으로 뽑는 게 맞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 친윤이 퍼뜩 나올 수 있겠나. (거론되는 후보는) 모두 비윤이던데? 룰을 바꾸고 말고 할 필요도 없는 거다.”

김 의원은 묻기도 전에 먼저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꺼냈다. 그는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유혈 스포츠식의 정치 구조가 우리의 잠재력을 많이 깎아먹고 있다”며 “1987년 체제는 대한민국의 에너지를 거꾸로 갉아먹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가면 결국 승리를 위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를 비롯해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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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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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개헌은 어떻게 생각하나.

A :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시기를 일치시켜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도, 의회 권력을 잡은 다수당이 입법독재식 횡포를 벌이지 않나. 다만 윤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하는 문제는 국민의 선택으로 주어진 권력을 임의로 포기하겠다는 것이어서 부정적이다. 개헌 논의는 곧바로 시작하되 (개정 헌법) 시행 시기는 차차기 대선 정도로 하는 게 맞다.”

Q : 야권이 추진하는 각종 특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 “치열한 난상토론을 통해 당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당 일각의 ‘무조건 특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은 섣부르다. 독소조항 여부 등이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

Q : 양산을에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다.

A :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며 ‘이 정도로 못하는 정권은 처음 봤다’고 했다. 웃어른이신데 안타까웠다. 양산을로 온 뒤 한번 인사드리고 싶어서 면담 신청을 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허진·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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