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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폴리코노미’ 정치, 경제를 집어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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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코노미(Politics+Economy)’는 경제가 정치에 휩쓸리는 현상을 뜻한다. 선거를 앞둔 주요 정당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돈 풀기 경쟁에 나서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등 부정적 측면이 부각된 용어다. 다만, 올 들어 목격되는 폴리코노미는 미 대선 등 새로운 국제 질서 형성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구분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올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2월 인도네시아 대선·총선,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대선을 거쳐 4월 한국 총선이 마무리된 가운데 4~5월 인도 총선, 6월 유럽의회 선거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최대 이벤트는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이다. 대선 과정에서 미국 내 갈등이 심화하고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폴리코노미를 마주한 국내 기업은 정책 불확실성 대응 전략을 짜느라 초비상이다. 국내외 폴리코노미 파급력과 산업계 영향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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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 독주…‘정책 진공’ 리스크
재계 시선은 美 대선…대관 전략 비상


4월 총선이 여당 참패로 일단락된 가운데 국내 경제·산업계는 ‘폴리코노미(Politics+Economy)’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정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폴리코노미는 통상 대규모 선거가 집중될 때마다 부각됐지만 올해는 미국 대선과 맞물려 ‘글로벌 폴리코노미’로 확전 양상이 뚜렷하다. 당장 국내에서는 윤석열정부가 조기 레임덕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제 국내 기업 시선은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을 향한다. 특히 이번 대선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미중 패권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치러지는 것이어서, 주요 기업 투자는 물론 중장기 사업 전략에 포괄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한국 총선에서는 범야권의 압도적 대승으로 윤석열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 상당수는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윤석열정부는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등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을 막느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9차례 행사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야는 극한 대립을 빚었다.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에서 비롯된 여야 대치로 정국은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무엇보다 연금·노동·교육 등 3개 개혁안과 민생 법안 추진에 경고등이 켜졌다. 여야 대립이 뚜렷했던 조세 부문에서는 사실상 ‘정책 진공 상태’가 우려된다. 민주당을 비롯 범야권이 국회 권력을 독점하면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상속세 부담 완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은 풍전등화 신세로 전락했다.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윤석열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정책 대부분이 법 개정을 위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민주당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던 만큼 여야 대치 국면 속 법 개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산업계에서는 에너지 정책 불확실성을 우려한다. 정부·여당은 원자력 발전을 중심으로 한 무탄소에너지(CFE) 확대를, 민주당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해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군에서 최근 전력 수요 증가폭이 가파른 만큼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산업계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이뿐 아니다. 4월 한국 총선을 뒤로 한 국내 재계·산업계가 앞으로 주목하는 최대 이벤트는 미국 대선이다. 최근 수년간 미중 패권 갈등이 고조되면서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주요 기업은 대미 투자를 빠른 속도로 늘렸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누적 850억2400만달러(약 113조6515억원)에 달한다(한국수출입은행). 대부분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기술 산업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서는 공화, 민주 양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적 대비책을 세우느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삼성, LG,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은 대미 대관 조직을 대거 확충하는 등 조직 재정비에 속도를 낸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국익 우선을 공통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미국은 대선 결과에 따라 경제 운영 방향이 극한 대립을 빚지는 않겠지만 한국은 여야 정책 방향이 전혀 다르다”며 “반(反)시장적인 정책으로는 성장을 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폴리코노미 부작용이 확대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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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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