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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고향’ 뉴욕 돌아온 40년 전통 유령 소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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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버스터즈:오싹한 뉴욕’ 17일 개봉

캐딜락을 개조한 자동차 ‘엑토-1’이 미국 뉴욕 거리를 달리고 있다. 갑자기 하수구에서 드래건 유령이 솟구친다. 차에 탄 이들은 놀라기는커녕 신난 표정이다. 양성자 빔으로 유령을 돌돌 감은 채 고층 빌딩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벌인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사진)의 도입부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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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뉴욕’은 이 시리즈가 고향인 미국 뉴욕으로 돌아왔음을 요란한 신고식과 함께 알린다. 1984년작 ‘고스트버스터즈’는 뉴욕을 무대로 했으나, 2021년 나온 3편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에서는 오클라호마 시골로 배경이 바뀌었다. 3편에서는 고스트버스터 멤버였던 이곤 스펭글러의 손주들이 할아버지가 남긴 장비로 유령과 맞섰다.

이 스펭글러 일가가 4편에서 다시 뉴욕을 무대로 유령 잡기를 재개한다. 이번에 물리칠 악당은 고대 유령 ‘데스칠’이다. 순식간에 도시 전체를 얼어붙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오싹한 뉴욕’은 시리즈의 유산을 충실히 물려받았다. 유령 잡는 장비들은 1980년대 그대로다. 새로 만든 기기들에도 40년 전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했다. 1편에 나왔던 녹색의 먹깨비 유령은 소방서 다락방에 재등장한다. 당시 배우가 대형 고무 인형을 착용하고 먹깨비 유령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했다. 고스트버스터즈 원년 멤버 3명이 막판에 힘을 보태는 것도 3편과 같다.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유산은 매번 환경청, 시장 등 공권력에 의해 유령 잡기가 방해받고, 마지막에는 시민 환호 속에 끝나는 흐름이다. 4편도 전통을 그대로 따른다. ‘올드 팬’에게는 이런 요소들이 반가울 법하다. 다만 기존 시리즈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는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한다.

‘…오싹한 뉴욕’은 호러 코미디보다는 가족영화 성격이 강하다. 15세로 사춘기를 맞은 딸 피비가 사건의 중심이다. 원래 친구 사귀기에 서툰 피비가 느끼는 소외감, 새아빠처럼 구는 그루버슨에 대한 반감 등이 영화를 이끈다. 사춘기 소녀의 성장 서사인 셈이다.

이 성장담이 개연성 있게 그려지지 않는 점은 아쉽다. 3편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는 피비의 정서와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피비의 가벼운 행동들은 공감보다 반감을 부르기 쉽다. 최근 관객들이 속 답답한 전개를 선호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사고 치는 딸내미들’에 감정이입을 하기 어려울 듯하다. 악령 데스칠을 퇴치하는 장면은 평면적이고 긴박감이 떨어진다.

4편 연출은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공동 각본가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길 키넌이 맡았다. 17일 개봉.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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