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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폭격·기아에 '속옷 영상' 성적 모욕까지…여성에 더욱 가혹한 가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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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여성 주민 것으로 추정되는 속옷을 이용해 성적인 모욕을 유발하는 영상을 촬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유엔(UN)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습격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제시됐고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 공격 및 봉쇄로 임산부의 출산 과정에서의 위험이 높아지는 등 가자지구 전쟁에서 여성들은 추가적 고통을 겪고 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 가정집에서 발견한 여성 속옷을 손에 들고 소파에 기대 입을 벌리고 있는 동료 군인의 얼굴 위에 해당 속옷을 드리우는 내용 등 여성 속옷을 이용해 성적 모욕감을 유발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 등에 게시하고 있으며 이 중 8개의 영상을 독립적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여성형 마네킹에 가자지구 주민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속옷을 입히고 "가자지구에서 아내를 찾았다"고 말하는 내용의 영상이나 가정집에서 인형에 여성 속옷을 입히고 탁자와 침대에 여성 속옷을 꺼내 늘어 놓은 채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등도 이러한 영상의 일부다. 가자지구 여성들은 폭격으로 인한 직접적 목숨 위협, 재앙적 기아에 더해 성적 모욕이라는 추가적 폭력에 노출된 셈이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이러한 이미지를 게시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여성, 그리고 모든 여성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관련해 확인한 8개 게시물에 대해 이스라엘군에 논평을 요청하자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이스라엘 군인에 기대되는 가치와 명령에서 일탈한 사건과 소셜네트워크상에 올라온 영상에 대한 보고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통신은 이스라엘군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조사 중인지, 관련해 책임이 있는 병사가 징계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퀸스대 법학 교수인 아르디 임세이스는 해당 게시물이 전시 민간인 보호를 규정한 제네바협약 제4협약 27조를 위반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27조에 따르면 민간인은 신체, 명예, 가족으로서 가지는 권리, 관습을 존중 받을 권리가 있으며 모욕과 대중의 호기심으로부터 보호 받아야 한다. 특히 여성은 모든 형태의 외설행위로부터의 침해를 포함해 명예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보호 받아야 한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곤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림 알살렘 유엔 여성폭력특별 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 보고관 등 유엔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여성과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심각한 인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믿을 만한 주장이 나온다며 이에 대한 경고를 표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7일 이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임의적으로 구금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생리대 지급이 거부되고 이들이 이스라엘 남성 군인들로부터 알몸 수색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적어도 두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강간 당했고 다른 여러 수감자들이 강간과 성폭력 위헙을 받고 있다는 보고도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군이 모욕적인 상황에 처한 여성 수감자들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가자지구에서 알려지지 않은 수의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이스라엘군과 접촉 뒤 실종됐다는 보고, 적어도 한 명의 여아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이스라엘로 강제 이주됐다는 보고도 들어 왔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인구 대부분이 난민이 됐고 기능하는 병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임산부들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겪고 있다. 28일 미 NPR 방송은 국제 인도주의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 가자지구 책임자 아르빈드 다스가 가자지구 전역에서 여성들이 때로 8만 명이 몰려 있는 과밀한 난민 보호소에서 출산하는 것을 목격했고 "1.5m의 공간"에서 "사생활도 존엄도 없이" 출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도 가자지구 보건부가 6만 명에 가까운 임산부들이 영양실조 및 탈수에 시달리며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통 받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보건부는 매달 5000명 가량의 여성이 "폭력과 피난으로 인해 가혹하고 안전하지 않고 건강에 해로운 환경에서" 출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가자지구 중부 알아크사 병원 산부인과 의사 데보라 해링턴이 임산부들이 산전 및 사후 관리를 충분히 받지 못해 아이와 함께 목숨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제때 병원에 도달하지 못해 길, 대피소, 자동차 안에서 출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사망자의 70%가 여성과 어린이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지난 1월 시마 바하우스 유엔여성기구(UN Women) 사무총장은 2008년부터 가자지구 전쟁 발발 전까지 15년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민간인 사망자 중 여성과 소녀 비율 14% 미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잔혹한 역전"이 일어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인용한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부터 이달 27일까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3만 2490명이 사망했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 여성들도 목숨 위협 뿐 아니라 성폭력도 함께 겪었다. 분쟁 지역 성폭력을 조사하는 프라밀라 패튼 유엔 특사는 지난 1월29~2월14일 이스라엘과 서안지구를 방문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습격 당시 발생한 성폭력과 관련한 조사를 벌인 결과 해당 공격에서 "피해자들이 강간 및 집단 강간 당한 뒤 살해되거나 강간 당하는 도중 살해되는 등 다수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는 "대부분이 여성인 완전히 나체이거나 허리 밑으로 옷이 벗겨져 있는 주검들이 발견됐고 손이 묶이고 여러 차례 총을 맞은 상태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패튼 특사는 하마스가 끌고 간 일부 여성과 어린이 인질들이 강간과 성적 고문을 포함한 성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정보를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레시안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에서 대피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가자지구 중부에서 세 아이를 안은 채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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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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