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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의대증원 파장] 대정부 투쟁 수위 높이는 의사들…안개 속 의·정 갈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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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증원 흥정 없다' 확고한 정부
의협은 초강경, 전공의·교수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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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의료 개혁을 흥정하듯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사들의 2000명 증원 철회 요구를 또다시 일축했다. 사진은 전공의 파업과 의대 교수 사직 등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홍보 영상이 송출되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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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조소현·황지향 기자] 정부가 의료개혁을 흥정하듯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사들의 2000명 증원 철회 요구를 또다시 일축했다.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의 복귀 움직임이 전혀 없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낙선운동까지 언급하며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은 점점 짙은 안개 속으로 빠지고 있다.

◆ "2000명 증원 흥정하듯 뒤집는 일 없을 것"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개혁은 의사 직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닌, 모든 국민이 직접적인 당사자"라며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2000명 증원은) 과학적 추계에 기반하고 130회가 넘는 의견 수렴을 거친 정책적 결정"이라며 "5000만 국민을 뒤로 하고 특정 직역에 굴복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과 의대 교수들에게 조속한 복귀와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제안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에 구체적인 재정 투입 방안을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며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여러 차례 대화 제의를 하고 있음에도 교수들의 사직이 계속되고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집단행동을 접고 조건 없이, 형식의 구애 없이 대화의 자리로 나와 주시기 바란다"며 "어떤 경우에도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사회 각계의 요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도 의료계와 대화에 나섰지만, 당사자인 전공의나 의대생, 의대 교수 등과의 만남은 없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8개 사립대병원 병원장과 간담회를 했다. 조 장관은 비상진료체계의 차질 없는 이행을 당부하고 필수의료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현장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주요 5대 병원장과 만났다.

◆ 낙선운동·총파업 등 거세지는 대정부 투쟁

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도 전공의와 의대생, 의대 교수, 의사단체 등은 모두 요지부동이다. 임현택 의협 신임 회장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논평할 가치가 없다"며 조건 없는 대화를 거절했다. 특히 임 당선인은 "여야 상관없이 의사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나쁜 정치인이 많았다. '의사가 생명을 구하는데 힘들게 한 사람'이라고 환자에게 설명하라고 말하는 방식으로 낙선운동을 할 것"이라며 향후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임 당선인은 "전공의, 의대생, 교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당한 정부의 탄압이 들어올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며 면허정지 행정처분 등이 현실화할 경우 의사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에 확고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러시안룰렛'을 하는 것"이라며 "가장 먼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살펴야 하는 정부와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여당이 기능을 전혀 못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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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제42대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당선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전공의, 의대생, 교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당한 정부의 탄압이 들어올 경우 의협이 좌시하지 않겠다"며 면허정지 행정처분 등이 현실화할 경우 의사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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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은 2000명 증원 백지화가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며 지난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서울대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모두 사직서 제출에 동참했다. 이외에도 을지대와 건양대, 충남대 등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휴학을 신청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반발하고 있는 의대생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절차에 맞는 유효한 휴학 신청을 한 의대생은 누적 9986명이다. 전체 의대생 1만8793명의 53.1%에 달한다.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여가 지난 전공의들 역시 여전히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국제노동기구(ILO·)에 개입을 요청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전날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입학정원 증원 처분 등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에서도 취재진을 향해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만 짧게 답했다.

다만 ILO가 대전협 요청에 개입을 결정하면서 향후 의·정 갈등 양상에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ILO는 전날 "강제노동 협약(제29호)뿐 아니라 한국 의료인의 기본 원칙과 권리를 침해했다는 의견조회(intervention) 요구를 받았다"며 대전협이 제기한 안건을 사회적 대화로 해결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앞서 대전협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 위배된다"며 긴급개입요청 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의견조회가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한국 정부가 의료개혁 과정에서 당사자들과 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제29호 강제노동 협약을 준수하고 있다는 내용 등을 성의 있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sohyun@tf.co.kr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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