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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류희림 청부 민원' 보도 징계.. '입틀막' 선방위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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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가짜 뉴스를 가지고 방송했던 MBC 기타 등등 몇몇의 방송사들이 상당히 중한 제재를 받았죠. 그 제재에 대한 어떤 복수심이라고까지 제 개인적으로는 판단이 될 정도예요.”(손형기 선방위원, TV조선 추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 두 건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로부터 ‘관계자 징계’ 처분을 받았다. ‘관계자 징계’는 선방위가 할 수 있는 최고 징계다.

‘좌파 패널이 현저히 많았고, 류희림 민원사주 의혹을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는 민원이 들어온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2023.12.26.), “류희림 위원장을 구속시켜야 된다”는 패널 발언이 나온 CBS ‘박재홍의 한판 승부’(2024.1.17.)다.

아래는 2월 22일과 3월 14일 열린 선방위 회의에서 나온 선방위원들의 발언 내용.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셀프민원 관련해서 이건 지금 수사 중인 사항이고 서로가 펜딩이 돼 있는 그런 사안인데, 그런데 이걸 마치 셀프민원이 밝혀진 것처럼 그렇게 단정을 해서 말을 하고요.
- 권재홍 선방위원 (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표현을 '수사를 받고 있다' 이렇게 하셔야 되는 거지, '가족과 지인을 통해서 청부 민원을 했잖아요' 이게 사실인 거 아니에요, 사실이에요, 아니에요?
- 최철호 선방위원 (국민의힘 추천)


방심위와 관련해 가지고 지금 현재 나와 있는 청부 민원, 청부 심의 민원 그것뿐만 아니고 민원인들의 신분을 노출시켜가지고 방심위가 압수수색도 당하고 지금 수사하고 있는 거 알고 계시죠?
- 손형기 선방위원 (TV조선 추천)


류희림 ‘청부 민원’ 의혹을 ‘방탄 심의’하는 선방위원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소위 ‘청부 민원’ 의혹은 지난해 12월 25일 뉴스타파 보도, 그 직전 공익신고자의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신고로 처음 알려졌다. 류 위원장은 사건이 시작된 뒤 시종일관 “(공익신고자가) 민원인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했다”고 주장했고, “익명의 공익신고자를 색출해 처벌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청부 민원’ 의혹은 부인했다.

선방위에서는 류 위원장의 주장이 앵무새처럼 반복됐고, 관련 언론사에 대한 징계 사유로 쓰였다. “(선방위가) 방탄 심의를 한다”는 말이 방심위 직원들에게서 나왔다. 탁동삼 방심위 연구위원의 말이다.

“선방위원들이 (MBC·CBS를) 징계해야 되는 이유를 얘기하면서 류희림 위원장이 얘기했던 주장인 ‘이것은 공익제보가 아니고 민원인 정보를 유출한 것’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은 류희림 위원장의 추천을 통해 방심위에 들어온 위원들이 류희림 위원장을 방탄하는 게 된 것이다.” - 탁동삼 방심위 연구위원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 상임위원이 꾸린 선방위
탁 위원의 주장은, 현 선방위가 구성된 지난해 11월 방심위에서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방심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120일 전에 선방위를 설치해야 한다. 교섭단체를 꾸린 정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사, 방송학계,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인 단체, 시민단체에서 각 1명씩을 추천해 9인 이내로 꾸려진다. 어떤 방송사, 어떤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을지는 방심위 상임위원회에서 정한다. 최종 결정은 방심위 전체회의가 한다.

현재 방심위 상임위원회 위원은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 상임위원 단 두 명뿐이다. 이 두 사람은 TV조선과 보수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를 방심위원 추천 단체로 정했다. 이후 두 곳에서 선방위원 후보를 추천하자, 이를 방심위원 9명이 참석하는 전체회의에 올려 다수결로 결정했다. 여권 출신이 주도하는 방심위 전체회의는 별 이견없이 진행됐다. 결국 류희림·황성욱 두 사람의 입김과 의도대로 선방위원이 결정됐다.

방심위와 선방위를 담당하는 박재령 미디어오늘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선방위원 추천 단체가 여권 추천 상임위원 2인(류희림, 황성욱)의 협의 하에서만 결정해 바뀌었다. 그전에 대통령이 야권 추천 상임위원을 임명하지 않았던 문제가 있다. 이게 다 연결됐을 수도 있겠다 이런 의심이 든다.” - 박재령 미디어오늘 기자

공언련, TV조선 출신 선방위원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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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명단. 주로 보수언론단체인 ‘공언련’과 ‘TV조선’ 관련 인물, 류 위원장의 지인 등이다.
현 선방위원 9명 명단은 다음과 같다.

백선기(위원장), 손형기, 최철호, 권재홍, 김문환, 이미나, 박애성, 심재흔, 임정열.

권재홍 위원은 공언련 1기 이사로 활동을 시작해 올해 2기 이사장이 됐다. 최철호 위원은 공언련 초대 대표였다.

최근 방심위와 선방위에는 공언련이 낸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 민원을 공언련 출신 선방위원들이 심의하고 있어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방심위 노조는 이걸 문제삼아 최근 권재홍, 최철호 두 선방위원을 권익위에 신고했다.

9명 공방위원 중에는 TV조선 관련자가 3명이나 된다. 손형기 위원은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 에디터였고 권재홍·이미나 위원은 TV조선 시청자위원이었다.

“언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방송사 ‘관계자 징계’ 9건
지난해 12월 11일 첫 회의를 연 선방위는 제22대 총선일(4월 10일) 이후 30일 뒤인 5월 10일까지 150일간 운영된다.

3월 21일 열린 11차례 회의까지 선방위는 최대 징계수위인 ‘관계자 징계’만 9번 결정했다. 방심위에서 선방위를 설치한 2008년 이래 15년간 역대 ‘관계자 징계’가 단 두번뿐이었음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법정제재를 예고하고 방송사 제작진의 반론을 청취하는 ‘의견진술’을 기다리는 안건들도 켜켜이 쌓여 있다. 남은 40여일간 ‘관계자 징계’를 포함한 법정제재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선방위로부터 ‘관계자 징계’를 받은 방송사는 MBC(6건), CBS(2건), YTN(1건)이다.(11차 선방위 기준) MBC는 모두 ‘뉴스하이킥’에, CBS는 모두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징계가 떨어졌다. YTN은 ‘뉴스킹 박지훈입니다’가 징계를 받았다. 민원으로 시작해 심의, 징계로 이어졌다.

민원은 대부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한 것이 문제’라는 내용이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국회의원 감축 공약에 대한 패널의 발언이 편향됐다”, “좌파 매체의 일방적 보도인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을 알렸다”,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일방적으로 비판했다” 등이다.

제10차 선방위 회의까지 진행된 68건의 심의 내역 통계를 보니, MBC가 27건(35%)으로 가장 많았고, CBS가 14건, YTN가 10건, 채널A와 TV조선이 각각 5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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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위가 결정한 ‘관련자 징계’ 내역. MBC는 선방위 결정으로 벌점 -24점을 받았다.
최철호 위원이 12건의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다. 손형기 위원이 8건, 백선기 위원장과 권재홍 위원이 각 7건으로 뒤를 이었다. “선방위가 중징계를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 보도가 나오자, 최철호 위원은 회의 중에 “잘못한 것에 대해 제재를 하는 건 해당 언론사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백선기 위원장은 “법정제재가 (해당 언론사에) 나름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백 위원장은 “언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징계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선방위 ‘정치 심의’ 목적은?
선방위는 그 동안 ‘이태원 참사’, ‘김건희 여사 특검’, ‘일기예보 초미세먼지 1’ 등을 심의했다.

이태원 참사를 다루며 “한 명도 사법처리 된 사람이 없다”는 발언이 나온 두 프로그램(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가톨릭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대해 각각 ‘경고(-2점)’와 ‘주의(-1점)’ 법정제재를 내렸다. 모두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중징계다.

이태원 참사 관련 프로그램을 심의하며, 일부 위원은 ‘팩트체킹 부실’을 문제삼았다. ‘이태원 참사로 구속된 사람이 있는데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 부정적 이미지와 프레임을 씌웠다’고 했다.

선방위가 이태원 참사 관련 심의를 할 때마다 참사 유가족들은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강선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은 “책임자 중 어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는 것인데, 이 사실을 얘기한 것이 무엇이 잘못됐고 어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선방위 심의를 방청하는 시민방청단 이지은 참여연대 활동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말이 선거방송 심의 대상이 된다는 발상 자체가 굉장히 놀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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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지난 21일 방송회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일기예보도 심의 대상이 됐다. 서울 곳곳에 초미세먼지 수치가 ‘1’이 나와 ‘하늘이 매우 맑았다’는 내용을 알리며, ‘하늘색 숫자 1’ 그래픽을 사용한 게 문제가 됐다. 숫자 1과 파란색이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였다.

방송 이후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선방위에 MBC 일기예보를 문제삼는 민원을 넣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에서 “MBC에서 일기예보를 통해서 민주당의 선거운동성 방송을 했습니다. 미세먼지 핑계로 1 넣었다고 하던데요. 2를 넣을 핑계도 많이 있을 거예요, 찾으면…”이라고 말했다.

민원이 들어온 뒤 최철호 선방위원이 나섰다. 지난달 29일 제8차 선방위가 거의 끝나갈 즈음 최 위원은 “(국민의힘 민원이 들어온 걸 심의하려면) 시간이 더 걸려요”라고 말한 뒤 “우리 선방위원들이 안건 제의할 수 있죠?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다음 주에 해달라, 신속 심의에 대한 것을 검토해달라는 얘기입니다”라며 MBC 일기예보 안건 신속 상정을 제안했다. 선방위에는 ‘위원이 직접 안건을 상정하는 경우 신속 심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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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위 심의 대상이 된 MBC 일기예보 방송 화면.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이미 국민의힘이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선방위원으로 추천한 최철호 위원이 이것을 신속 심의하자고 하고, 실제 심의하는 것이다. ‘일기 예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그 발상 자체가 저는 국민을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선거에 유리한 언론 지형을 만들겠다. 이게 지금 선거방송심의위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반드시 여론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4기 방심위원으로 활동했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선방위원을 지낸 심영섭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선방위원들에게 무한 재량권을 주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일부 위원들이) 제도를 오용하고 있다.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기 역할에 충실히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도가 천천히 부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심위 직원들 “선방위 규탄 및 류희림 사퇴촉구 결의대회”
오늘(28일) 제12차 선방위에서 관계자 징계 두 건이 추가됐다.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2024년 1월29일)과 MBC '뉴스데스크 대전'(2024년 1월31일, 2월1일)이 또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선방위는 관계자 징계 11건을 결정했고 이중 9건이 MBC에 집중됐다.

한편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이 알려진 이후, 방심위 직원들은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점심 방심위가 있는 방송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28일) 저녁 6시, 방송회관 앞에서 첫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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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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