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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이종섭 귀국 핑계 ‘방산회의’도 끝, 이제 대통령이 정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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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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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귀국 사유로 내세운 방위산업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28일 열렸다. 애초 예고 날짜(25일)보다 사흘 뒤에야 열렸는데, 정부는 이 대사의 임시체류 이유를 만드느라 고심하는 모양새다. 총선 때까지 시간 끌기로 일관할 태세지만, 귀국 목적이 마무리된 만큼 이젠 윤석열 대통령이 그의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



이날 합동회의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이종섭 대사를 비롯한 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카타르 등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외교부는 이날 회의에선 한국과 관련국 간 국방·방산 협력 강화 등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각 부처는 앞다퉈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회의의 정당성을 부각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이 대사를 비롯한 공관장들과 개별 업무협의에 나섰다고 알렸고, 방위사업청도 석종건 청장과 이들 공관장이 25~26일 방산 수출 면담을 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신원식 장관이 21일 이 대사를 만난 데 이어, 25~27일 나머지 5개국 대사를 만나 현안과 국방·방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정부 부처가 기관장과 공관장의 협의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상세히 소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공관장 개별 회의 일정까지 확인해줘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이 대사 일정 공개를 거부했던 기조와도 달라진 모습이다. 마치 누구의 지시를 받고서 유관 부처가 총동원돼 이번 회의가 ‘급조된’ 회의가 아니며, 이 장관의 귀국 역시 ‘총선용’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 같다.



이 대사가 또 다른 귀국 사유로 든 한국과 호주의 ‘외교·국방장관 2+2’ 회의 준비 업무 역시 옹색하긴 마찬가지다. 한국과 호주는 2021년 이후 중단된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조만간 호주에서 열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 한다. 하지만 주재국과의 협의 창구 구실을 해야 할 공관장이 국내에 머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관례와 맞지 않는다.



이 대사는 지난 4일 호주 대사로 임명된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반대에도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해 6일 만에 출국했고, 이로 인해 총선 앞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자 방산협력 회의를 내세워 부임 열흘 남짓 만에 지난 21일 조기 귀국했다. 애초 ‘피의자 대사’를 임명하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어도 될 광경이다. 이 논란을 종식시킬 방안은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이 이 대사 거취를 정리해, 이 대사가 채 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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