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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기후변화 나비효과… 지구 자전 속도까지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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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 빙하 녹은 물 적도로 이동하며
지구 질량 분포 변화… 자전속도 하락
"지구 시간 체계에 심각한 불확실성"
한국일보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인근의 해빙이 지난해 4월 기록적인 해수 고온 현상에 녹아 붕괴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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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지구의 자전 속도까지 뒤흔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극지방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이 적도로 이동하며 행성의 질량 분포를 바꾼 결과다. 지구의 시간축마저 달라졌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센디에이고)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의 지구물리학자인 던컨 애그뉴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지구 시간까지 달라졌다


기후변화는 지구 자전 속도를 늦췄다. 극지방 빙하에서 흘러온 물이 적도로 퍼지며 지구 질량 상당량이 자전축에서 멀어진 결과다. 회전하는 물체는 질량이 회전축에서 멀어질수록 회전속도가 느려진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몸에 붙인 채 돌다가 바깥쪽으로 뻗으면 회전속도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극지방 빙하가 약 30조 톤 녹아 없어졌다고 추산하고 있는데, 그에 비례하는 양의 물이 적도 부근으로 이동하며 이 지역 질량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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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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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질량 변화가 지구의 시간을 뒤바꿀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당초 지구는 2026년쯤 ‘인간이 인위적으로 고정해 둔 하루’보다 1초 빠르게 한 바퀴를 돌 예정이었다. 자전 속도는 핵(核)의 회전 속도, 달과 태양의 중력, 해양의 조수차 등 자연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최근 외핵의 회전 속도가 느려진 반작용으로 지구의 회전 속도는 빨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한 질량 변화가 이 속도를 늦췄다는 것이다.

애그뉴는 “지구가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보다 1초 빨라지는 시점은 2029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라며 “전례 없는 순환 변화”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한 사례에 불과"


특히 금융 등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분야의 컴퓨터 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상생활에서야 ‘3년에 1초’ 변화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극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분야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시스템 엔지니어들 사이에는 되레 ‘기후변화 덕에 시점이 미뤄져서서 다행’이라는 역설적인 농담도 나왔다고 한다. 어쨌든 시간이 1초 사라지는 시점을 기후변화가 늦춰놨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다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을 부각한다고 강조했다. 지구 기온 상승이 인류가 예측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지구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의미다. 지구물리학자인 첸지안리 홍콩 폴리테크대 교수는 “시간 변화는 기후변화가 일으킬 중대한 문제의 한 가지 예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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