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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재호 주중대사, '갑질' 신고 당해…외교부 "사실관계 확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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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관계자 "개인 업무 시키고 폭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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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해 10월 13일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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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주중대사에 대한 ‘갑질’ 및 폭언 신고가 접수돼 외교부가 공식 조사에 나선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최초 신고 접수 이후 대사관 안팎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현 정부 들어 대사급이 이같은 의혹으로 조사받은 사실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태는 주중대사관에 근무하는 주재관 A씨가 정 대사에게 폭언을 들었다며 이달 초 외교부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정 대사가 업무 시간에 사무 공간으로 불러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고 주장하며 정 대사의 폭언이 담긴 녹음파일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정 대사는 취재진과 만나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고 관용차에 탄 채 대사관을 빠져나갔다. 이후 정 대사는 대사관을 통해 짧은 입장문을 냈다. 정 대사는 ‘갑질 신고 언론 보도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언론 보도 내용은 일방의 주장만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사실관계 조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는 바, 현 단계에서 구체적 언급을 삼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자의 명예가 걸려 있는 바, 추측 보도 자제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대사관 측은 관련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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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한국대사관 전경. 사진 주중한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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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불거지자 대사관 내에선 "정 대사의 ‘갑질’ 행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사관 관계자는 “정 대사 집무실에서 큰 소리가 나는 걸 여러 차례 들었다”며 “일부 직원들은 정 대사 보고를 앞두고 긴장한 듯 크게 심호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사관 관계자는 “정 대사가 한 직원에게 개인적인 업무를 지시했는데, 그 결과가 못마땅한지 폭언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는 재외공관에서의 비위 등 여러 사안에 대해 항상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관련 사안이 인지되면 철저히 조사한 후 원칙에 따라 한 점 의혹 없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동일한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고 조치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본격적인 조사가 착수되지 않았고 사실관계에 관해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갑질 신고를 조사해 그 결과를 장관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외교장관은 갑질이 확인되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를 징계하거나 사안에 따라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외교부 내에서도 "정 대사는 부임 때부터 평소 성정으로 인해 우려가 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학교에 있을 때도 그의 다소 날카로운 태도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며 "정 대사가 중국으로 가기 전부터 주변으로부터 '공관 식구들에게 반드시 잘 대해주고 (갑질 논란 등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를 이미 많이 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 충암고등학교 동기인 정 대사는 25년 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2년 8월 이번 정부의 첫 주중 대사로 취임했다. 학계에선 중국 경제 및 미·중 관계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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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재호 주중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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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도 이번 사태에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망은 “주중 한국대사가 ‘부하들을 힘들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한국 외교부가 조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베이징 신경보는 “정재호 대사가 폭언을 한 혐의로 신고 당했다”고 다뤘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박현주 기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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