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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여당, 대통령이 거부했던 간호법 재발의···“그땐 과정이 비민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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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국 의대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 이틀 차인 지난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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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8일 간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간호법안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최종 폐기된 간호법안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자 간호사 처우를 개선해 의료 공백을 메우고, 간호사들의 숙원을 수용해 간호 직역 표심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대표발의한 새 제정안은 “모든 국민이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 간호인력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입법 목적을 밝혔다.

기존 간호법의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조항은 새 제정안에서 삭제됐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이 ‘지역사회’ 문구가 의료기관 밖에서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하며 간호법 제정에 반대한 바 있다.

새 간호법은 간호사·PA(진료지원) 간호사·간호조무사를 구분해 자격·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간호사는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건강증진 활동의 기획과 수행, 간호조무사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로 업무 범위를 규정했다. PA 간호사에 대해서는 “자격을 인정받은 해당 분야에서 전문 간호 및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 하에 진료 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잇달아 방문해 비상진료 대응 등 현장 상황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간호협회 측은 기존 간호법 제정안의 주요 쟁점을 해소한 새 간호사법 제정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제정안에는 간호사가 ‘재택 간호 전담 기관’을 독자적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권한을 두고 사실상 간호사에게 요양시설 설립 권한을 주는 것이어서 의사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의협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간호법 제정은) 불법 의료행위 양성화”라며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못한 PA 간호사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 범위가 무너지면서 의료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이 법안은 특정 이익집단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면서도 “정치권은 그 어떤 부당하고 그릇된 요구에도 굴하지 말고 정확히 제정, 선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간호인으로서 ‘의료가 특정 이익집단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새로운 간호법 제정을 환영하면서도 정부·여당이 정치적으로 간호법을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에서 간호법 제정을 재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8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총선상황실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약했다가, 거부했다가, 다시 추진한다니 막장 코미디 수준의 국정운영에 과연 철학이 있는지 개탄스럽다”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실과 정부가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썼다.

녹색정의당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거부했던 법을 이제 와 다시 꺼내는 것은 법의 필요성과 내용을 본 것이 아니라, 야당이 입법하니 정쟁으로만 보고 거부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작년 5월 간호법안은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실종된 비민주적 법안이었으며 특히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 포괄적이고 모호한 기술(‘지역사회’)로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한 법안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간호사가 환자의 곁을 지키며 헌신하고 있는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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