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시진핑 네덜란드 총리에 으름장… "수출통제 확대" 맞받아친 미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중 '반도체 전쟁' 한 가운데 낀 ASML… '외줄타기' 외교
시진핑 경고에 미국은 "핵심 부품 서비스도 금지 검토 중"

머니투데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미국 주도의 수출통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에 "공급망 단절은 분열과 대결로 이어질 뿐"이라고 경고하자 미국은 동맹국과의 수출통제를 서비스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의 앨런 에스테베스 차관은 기자들에게 중국에 판매된 반도체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중단하는 내용을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핵심 부품에 대한 서비스 금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가 동맹국과 논의하는 부분"이라면서 중국이 자체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주변 부품의 유지까지 제한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 화웨이가 반도체 수출통제에도 불구하고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탑재한 5G 스마트폰을 출시한 뒤 수출통제 고삐를 당기고 있다. 화웨이 반도체는 기존에 사들였던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과 네덜란드 ASML의 장비를 활용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미국은 이미 보유한 장비의 활용을 막기 위해 네덜란드와 일본 등 동맹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를 서비스와 부품까지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에스테베스 차관의 이날 발언은 시 주석이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로 통하는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를 만나 미국 주도의 대중 수출통제를 견제한 직후 나왔다.

시 주석은 27일 베이징에서 뤼터 총리에게 "인위적으로 세운 기술 장벽과 산업 및 공급망의 단절은 분열과 대립으로 이어질 뿐"이라면서 "중국은 정당한 개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세력도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커플링과 단절엔 탈출구가 없으며 개방과 협력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했다.

네덜란드는 올해 초부터 미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에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을 막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최첨단 반도체 장비로 평가되는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수출을 금지했는데, 올해부터 그 하위 단계인 DUV도 추가한 것이다. 다만 이미 판매한 장비에 대해선 부품 공급과 유지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뤼터 총리는 이날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에 얼마나 협조할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한 채 "우리는 반도체 부문과 ASML 같은 기업에 대해서 수출통제 조치를 취해야 할 때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는다"며 "그 영향이 제한되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뤼터 총리의 발언을 두고 "ASML이 미·중 '반도체 전쟁'의 한 가운데 낀 상황에 네덜란드의 외교적 외줄타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덜란드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거부하기 어렵지만 중국을 등한시할 수도 없다. 중국은 대만에 이어 ASML의 2대 시장이며, 중국에서 미운털이 박힐 경우 ASML과 경쟁하는 일본 니콘이나 캐논 등에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