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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르포]한 뿌리 말고…'한 단'에 875원 대파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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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총선 앞두고 '대파 한 단' 논란
민주당 '대파 챌린지' 나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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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 마트의 대파 판매 코너/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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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게이트

총선을 2주 앞두고 전국을 강타한 이슈는 복지 확대도, 페미니즘도, 대북 전략도 아닌 '대파 한 단'이었다. 지난 주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대파 가격을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되면서다.

당시 하나로마트는 한 단에 4250원이었던 대파를 정부 지원금 2000원에 자체 할인 1000원과 농산물할인지원쿠폰 375원을 더해 875원에 판매 중이었다. 이후 '만들어진 가격'이라는 논란이 불며 '대파 한 단'의 진짜 가격이 얼마인지가 이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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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챌린지에 나선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김윤덕 의원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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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국회의원 후보가 "875원은 한 단이 아닌 한 뿌리 가격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저마다 자신이 구매한 대파 가격을 찍어 SNS에 올리는 '대파 챌린지'까지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대파를 주로 구매하는 대형마트와 동네 마트에서는 대파를 얼마에 팔고 있을까. 정말 875원에 대파 한 단을 구매할 수 있을까. 주요 대형마트와 식자재 마트, 농산물 마트 등을 돌며 '대파 한 단' 가격을 살펴 봤다.

875원 대파, 있긴 있는데

우선 논란이 된 하나로마트의 경우, 현재 대파 한 단을 875원에 판매 중이다. 당초 하나로마트가 대파 한 단을 875원에 팔았던 건 수도권 5개, 지방 2개 대형 매장 뿐이었다. 기간 역시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이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하나로마트는 27일까지 '875원 대파'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일부 매장에서 한정적으로 초저가에 판매하는 가격을 '정상 가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딸기 한 상자를 100원에 팔았다고 '딸기가 100원'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하나로마트에서는 오는 28일부터 2000원이었던 정부 지원금이 1000원으로 줄어들고 자체 할인과 농할할인만 적용돼 대파 가격이 875원에서 1386원으로 오른다. 이 행사는 '875원' 때와 달리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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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대파 판매 코너/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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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방문한 롯데마트의 경우 2500원인 대파 한 단을 '농할할인' 30%를 적용, 1750원에 팔고 있었다. 이 역시 27일까지 진행되는 행사다. 또 농할할인 품목은 1인당 최대 1만원까지만 합산 할인이 가능하다. 다른 할인 농산물을 구매할 경우 할인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이마트의 경우 자체 농산물 브랜드인 '파머스픽' 흙대파를 한 단 1980원에 판매 중이다. 이 역시 행사가로, 이번 행사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대형마트나 하나로마트처럼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 소규모 마트의 대파 가격은 더 비쌌다. 경기도 수원의 한 농산물 마트에서는 대파 한 단에 3980원으로 하나로마트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 중이었다. 인근 다른 마트에서는 흙대파가 한 단에 2600원, 깐대파가 2580원이었다.

이날 마트에 장을 보러 온 A씨(59)는 "파는 찌개에도 넣고 볶음에도 넣고 안 쓰이는 곳이 없어 두고두고 써야 하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이 된다"며 "저렴하게 행사를 한다고 해서 가 보면 이미 품절되고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진짜' 안정화는 언제

대형마트나 하나로마트가 중소 마트보다 대파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데는 물량 확보 등 '규모의 경제' 차원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마진을 포기하고 자체 할인을 상당 부분 적용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대기업들로서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적극적으로 할인 폭을 늘릴 수밖에 없다. 4000원이 넘는 대파가 시장에서는 2000원 안팎에 팔릴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하나로마트는 4250원짜리 대파에 정부 지원금 2000원과 자체 할인 1000원을 붙이고 있다. 세금으로 운용되는 정부 지원금을 배제하고 하나로마트가 부담하는 금액만 계산해도 23.5%의 할인율이다. 자체 할인을 멈추면 단숨에 가격이 30% 가까이 오르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치솟는 대파 가격을 잡기 위해 오는 4월 한 달간 수입산 대파에 매기는 관세를 0%로 적용하기로 했다. 저렴한 중국산 대파를 들여와 물가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중국산 대파의 경우 무관세를 적용하면 출하 가격이 1000원을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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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의 대파 판매 코너/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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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수입 대파가 시장에 풀릴 경우 농민들의 반발을 이겨내야 한다. 이미 지난 25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농민들이 양 손에 대파를 들고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농산물 수입을 늘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업계에서는 대파 가격이 본격적인 출하기인 5월로 들어서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대파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파 가격이 치솟았던 2021년에도 2~3월 폭등을 거쳐 4월 말부터 가격이 안정됐고 5~6월에는 평년 수준인 1370원대를 되찾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파가 한국인의 식생활에 중요한 채소인 데다 총선이 겹치면서 크게 이슈가 되는 것 같다"며 "지원금이 대량 투입돼 나온 지금의 가격을 '안정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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