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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총선 선거일 다가오자 또 ‘돈 풀기’ 경쟁에 나선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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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여야의 선심성 공약 경쟁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피는 공약을 내놓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당연히 재원 마련 방안이 전제돼야 하고 뒷감당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비어가는 나라 곳간 사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우선 퍼주고 보자는 듯한 경쟁을 서로 벌이고 있으니 걱정스러운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직접 현금을 나눠주겠다는 카드를 또 꺼내들었다. 전 국민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 지원금을 지급하고 취약 계층에는 추가로 10만원을 더 주자는 게 그 요지다. 지역 화폐로 나눠주면 그 돈이 돌고 돌아 골목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어 민생 경제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이 대표 생각과는 다르다. 당장 재원 마련이 문제다. 이 대표는 13조원의 돈이 필요한데,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1000조원 가량의 각종 감세와 개발 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주장하는데 그 비교는 맞지 않다. 정부와 여당이 불필요한 돈을 쓰겠다면 그 자체를 저지하고 비판해야지 ‘나는 훨씬 적게 쓰겠다’고 하는 것이나 같다. 추경 편성을 하면 된다는 것도 무책임하다. 결국 빚을 내자는 것인데, 민주당이 할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민주당 정부에서 추경으로 남발하다 나라 빚이 400조원 이상 불어나 국가 부채비율이 30%대에서 50% 대로 폭증하지 않았는가. 지금 펑펑 쓰고 뒷감당은 후세에 미룬다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의힘도 정도의 차이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발표한 세 자녀 이상 가구 대학등록금 전액 면제만 해도 그렇다. 어떻게든 출산율을 높이자는 취지는 이해하나 무턱대고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정부의 올해 예산안 편성 기조는 ‘긴축재정’이 아닌가. 방향을 달리해 육아 휴직 확대를 비롯한 보육 환경 개선 등 제도적 보완에 힘을 쏟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고 여당까지 합세해 ‘거위 배’를 가를 수는 없는 일이다.

나라 살림이 거덜이 나든 말든 “선거만 이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수권정당 자격이 없다. 더욱이 지난해 세수 결손이 5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삶을 걱정하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여야의 경쟁 방향은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이 돼야 한다. 결국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여야 선심 경쟁에 흔들림 없이 냉정히 판단하고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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