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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英 항소법원 "환경운동가 정치·철학적 신념 변론 불인정"[통신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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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요약문 "기후 변화 관련 증거 인정할 수 없어"

캠페인 단체 "기후파괴 맞서는 사람들 침묵, 억압에 법 사용"

뉴스1

2023년 10월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열린 '저스트 스탑 오일'(Just Stop Oil) 시위.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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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서 기물파손죄로 기소된 환경운동가들이 그동안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전개해 온 변론을 향후 재판에서는 동일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앞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해도 재산상 피해를 입히거나 기물을 파손할 경우, 유죄 판결을 받는 시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죄 판결을 받았던 환경운동가들의 판결 선례에서 주요하게 작용했던 변론 전략을 잃게 된 셈이다.

최근 로이터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환경 단체의 시위 운동에 대한 단속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영국 항소법원 재판부는 최근 '저스트 스탑 오일'(Just Stop Oil)과 같은 환경운동단체가 제출한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증거 자료와 변론을 두고 "향후 소송에서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판결을 내렸다.

기존에 발생한 기물파손 관련 형사 사건에 대해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했다면 기물 파손 피해의 당사자인 소유주도 동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배심원단 의견이 반영되면서 활동가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 판결이 잇따르자 영국 정부는 항소법원에 활동가들이 주장하는 '동의'(consent) 변론 사용에 대한 재검토를 신청했다.

지난달부터 관련 사건을 심리해 온 항소법원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피고인(환경단체 활동가)의 정치적 또는 철학적 신념 혹은 더 넓은 범위의 동기라 해도 변론으로 제기하기에는 피해 사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판결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항소법원장인 카는 판결 요약문에 다른 두 명의 판사와 함께 "기후 변화의 사실이나 영향에 대한 피고의 증거는 인정할 수 없다"고 썼다.

지난해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무죄 판결 이후 항소법원에 법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던 빅토리아 프렌티스 영국 법무부 장관은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기후 변화는 중요한 문제이고 항의할 권리는 보호돼야 하지만 아무리 신념이 강하더라도 심각한 범죄 피해를 입힐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영국 현행법에 따르면 피고인은 건물 소유주가 피해 사실에 대한 상황을 알고 동의했다면 기물파손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항소법원의 판결로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향후 변론 전개에 어려움을 겪고 유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활동가들과 환경단체 변호인들은 시위권에 대한 입법부와 사법부의 이중적인 단속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배심원단의 가치와 권한을 옹호하는 캠페인 단체인 '디펜드아워쥬리스'(Defend Our Juries)는 이번 항소법원 판결에 대해 "기후 파괴 위기에 맞서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고 억압하는데 법이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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