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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 달 만에 회복불능"… 병원 떠나는 '빅5'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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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
"정부 의료 체계 전환 졸속으로 진행해"
"전공의 100명 안 돌아오면 미래 없어"
한국일보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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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빅5) 흉부외과 부교수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직의 글을 올렸다. 최 부교수는 해당 글에서 “불과 한 달 만에 이 땅의 의료가 회복불능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전공의 사직 후 혼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호소했다. 그는 “불과 한 달 전, 우리 팀이 전부 있었을 때에는 어떤 환자가 와도 무서울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환자를 보는 것이 무섭고 괴롭다”며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뎌 사직서를 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약속된 수술 환자들까지 진료하고 현장을 떠난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부교수는 “온 나라의 의료 체계를 바꾸는 것은 졸속으로 강압적으로 진행하여서는 안 된다”라며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정책으로 인하여 한 나라의 의료가 붕괴된다면 아마추어 정부, 돌팔이 정부일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최 부교수는 “한국 의료에 문제점이 있다면 기득권 의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정부는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며 사명감을 갖고 공부하는 전공의와 학생들만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다”고 했다. 이어 “흉부외과에는 전국에 고작 100명의 전공의가 있다”며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차피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여전히 위협과 명령으로만 그들을 대하고 있다"면서 "환자 수천, 수만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아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다. 제 인생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의업, 제가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던 제 삶의 목적을 포기한다"고 글을 맺었다.

전날 서울대 의대 교수에 이어 이날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25일 집단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서울아산병원(울산대), 서울성모병원(가톨릭대), 삼성서울병원(성균관대) 등 빅5 병원 모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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