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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화물연대부터 전공의까지…ILO에 '오해' 푼다는 정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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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운행을 멈춘 화물차 [헤럴드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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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안이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ILO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화물연대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를 우리 정부가 외면할 경우 ILO 이사회나 회원국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의가 받아들여지면 ILO 사무국 차원의 조사위원회가 설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우리 정부의 국제적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유무역협정(FTA) 상 ILO 준수 의무 위반으로 각종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는 ILO의 권고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거나 오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선 공식적인 답변을 통해 ILO에 반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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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가운데)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ILO 이사회의 공공운수노조 진정에 대한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안 채택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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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1~12월 화물연대 조합원 가운데 정부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는 2명이다. 당초 3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지만 1명은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나머지 2명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만약 1명이라도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우리 정부는 ILO 권고를 어기게 된다. ILO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이 제기한 진정 사건(제87·98호 협약)과 관련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권고안은 총 5개 사항으로 ‘집단운송거부 참가자들에 대해 단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다만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지난 15일 이번 이슈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노사단체 등의 진정 제기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고안을 채택한다”며 권고안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도 우리가 비준한 협약은 국내법상 효력을 갖지만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단,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절차 상 ILO 이사회나 우리를 제외한 186개 회원국 중 어느 한 국가라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조사위원회가 꾸려질 수 있다. 물론 조사위가 설치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 1919년 설립된 ILO의 100년이 넘는 역사에서 이사회나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해 조사위원회가 설치된 건 14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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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복도에 '단기 무급 특별휴가' 중단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전공의 의료 공백으로 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병원에서 환자가 줄어들자 유사 진료과를 통합해 병동을 운영하고, 남은 의료진에게 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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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권고를 악의적으로 미이행할 경우에만 조사위원회가 꾸려진다는 게 고용부 주장이지만, 이의제기는 없을 것이라 장담하는 것도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 등도 ILO에 우리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강제 노동 금지 조항(제29호 협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ILO 사무국의 ‘의견조회(Intervention)’를 요청하는 등 논쟁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고용부는 지난 14일 전공의가 ILO에 보낸 서한에 대해서도 “지난 2022년 11월 화물연대 ‘Intervention’ 요청 시 ILO 사무국은 정부 의견을 화물연대 등 요청 단체에 전달하고 별도의 권고 등 후속조치 없이 종결한 바 있다”고 답했지만, 정작 ILO는 당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연대에 진정에 대한 ‘권고안’을 채택했다. 물론 이 권고안은 의견조회와 별개로 화물연대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가 ‘진정’을 제기한 건에 대한 것이지만, ILO가 어떻게 나올 지 예측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ILO의 권고를 무겁게 보지 않을 경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역협정상의 국제노동기준 준수 의무 위반으로 각종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여부를 두고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무역 분쟁을 야기시킨 적도 있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FTA 통상하고 노동규범과 연관성이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무역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근로 조건을 저하한 경우에 해당되며 무역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ILO는 1919년 설립된 국제연합(UN) 산하 기구로, 현재 18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있다. 각국의 노동조건 개선을 통한 사회정의 확립을 위해 모니터링·자문·권고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152번째 가입국으로 ILO 핵심협약 8개 중 7개를 정식 비준했다. ▷취업의 최저연령 최저연령(제138호)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제182호) ▷남녀근로자 동등보수 협약(제100호) ▷고용 및 직업상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제111호) ▷강제노동 협약(제29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의 보장 협약(제87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제98호)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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