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유퀴즈 나온 '1000원 식당' 고물가에 근심…공직자까지 후원 나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번 찾기도 미안”



중앙일보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에 위치한 '1000원 백반' 해뜨는식당. 황희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 내 위치한 ‘해뜨는식당’. 오전 11시 30분 가게 문을 열자 대기하던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16개 좌석은 순식간에 꽉 찼다. 가게는 밥과 국, 반찬 3가지를 제공하며 단돈 1000원만 받는 일명 ‘착한 식당’이다. 주로 이 지역 저소득층 노인 등이 찾는다. 이날 식사를 하던 한 노인은 “올 때마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식당 내부 벽에는 많은 쪽지가 걸려 있었다. 쪽지에는 ‘자주 못 보내 죄송하다’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 달라’ ‘다음에 꼭 가겠다’ 등의 응원 글이 적혀있다. ‘천원의 행복’이라고 적힌 돈 통 안에는 많은 1000원짜리 지폐 사이로 1만원 지폐도 눈에 띄었다. 일부 손님은 고마운 마음에 1만원 권도 내고 간다고 한다.



어머니 유언에 10년째 운영



중앙일보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에 위치한 '1000원 백반' 해뜨는식당. 황희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뜨는식당은 고(故) 김선자씨가 끼니를 거르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10년 개업했다. 당시 부담 없이 식사하라는 취지로 가격을 1000원으로 정했다. 그는 2015년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게 운영을 이어가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후 딸 김윤경(52)씨가 운영하고 있다.

당시 중국에서 교사로 일하던 김씨는 곧바로 귀국했다. 생업을 위해 보험회사에 취직해 모은 돈과 여러 독지가 후원 등을 받아 그해 9월 새롭게 식당을 열었다. 식당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점심을 1000원에 제공한다. 매일 130여명, 무료 급식소가 쉬는 날에는 18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

김씨는 2019년 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쳐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부닥쳤다. 그러자 지역사회가 나섰다. 시장 상인과 김씨 모교인 대광여고 총동문회, 대학생들이 찾아와 식사 준비, 설거지 봉사를 했다.



후원은 줄고, 손님은 늘어 ‘근심’



중앙일보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에 위치한 '1000원 백반' 해뜨는식당. 황희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씨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후원은 줄고, 불경기에 손님까지 늘어 고민이 깊어 갔다. 적자가 쌓이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식당을 찾는 손님은 80여명 수준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최소 100명에 많은 날은 130명까지 찾아온다고 한다. 지난해 3월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김씨가 출연한 뒤 많은 후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급격히 줄었다. 김씨는 “불경기임을 직감하는 게 최근에 후원이 1/10로 줄었다”고 말했다.



지자체 공직자, 무기한 정기 후원



중앙일보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에 위치한 '1000원 백반' 해뜨는식당. 황희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광주 동구청 직원들이 나섰다. 동구청 최근 간부회의에서 식당을 정기적으로 후원하자고 제안했고, 현재까지 구청 직원(743명)의 68%인 507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매달 1000원씩 해뜨는식당에 후원하기로 했다. 동구 한 직원은 “비록 적은 돈이지만 식당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처럼 야채 값이 비쌀 때 정말 반가운 후원이다. 덕분에 더 좋은 재료로, 음식을 이웃에게 대접할 수 있게 됐다”며 “잊지 않고 늘 꾸준히 후원해주시는 분이나, 전국에서 방송 혹은 유튜브를 보고 후원해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광주광역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