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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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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대통령의 나토 수장 도전에 "분열은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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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총리의 절대 우위 구도 일단 깨져

결국 북미·서유럽 vs 동유럽 구도로 가는 듯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싼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애초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단수 후보인 것처럼 알려졌으나 의외의 ‘복병’이 경쟁자로 등장했기 떄문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오는 7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릴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새 사무총장을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이같은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2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이날 나토 사무총장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 임기는 오는 10월이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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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그는 최근 나토 차기 사무총장에 도전할 뜻을 내비쳤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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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니스 대통령은 왜 본인이 나토를 이끌어야 하는지 이유를 상세히 설명한 일종의 ‘출사표’를 내놓았다. 나토가 새로운 양상의 전쟁에 대비해야 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원론적 내용 외에 눈에 띄는 건 루마니아가 속한 동유럽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다.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낀 동유럽은 오랫동안 두 강대국의 각축장이나 다름없었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승승장구했던 제2차 세계대전 초반만 해도 동유럽의 패권자는 독일이었다. 하지만 스탈린의 소련(현 러시아)이 독일을 무찌르고 2차대전 승전국이 되며 동유럽의 운명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독일군이 물러나고 소련군이 진주한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은 속속 공산주의 국가가 됨과 동시에 소련 영향권에 들어갔다.

1990년대 들어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비로소 동구권에도 봄이 찾아왔다. 루마니아의 경우 2004년 나토에 가입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되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서방의 일원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셈이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루마니아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루마니아는 북동쪽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이대로 쓰러져 러시아에 병합된다면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앞세워 나토와 전면전에 나서는 경우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유럽 회원국들이 가장 먼저 전쟁터가 돼 극심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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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로 유력시되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오른쪽)가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한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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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니스 대통령은 출사표에서 “오늘날 러시아의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곳은 나토의 동쪽 끝에 해당하는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회원국들의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나토의 최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토 동맹국들 중에서도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한 셈이다.

역대 나토 사무총장 가운데 동유럽 국가 출신은 없었다. 이번에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핵심 회원국들은 네덜란드의 뤼터 총리 지지를 선언했다. 북미 대륙 및 서유럽 국가들과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 새 사무총장 선출을 놓고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다만 일각에선 이처럼 나토 회원국들이 지역에 따라 분열하는 듯한 모습이 결코 이로울 게 없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나토 새 사무총장이 신속히 정해지지 않으면 심각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당장 미국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7월은 미 대선을 4개월 앞둔 시점이다. 그때까지도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허둥지둥 댄다면 이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에 못 미치는 나토 회원국들을 ‘안보 무임승차자’로 규정하며 비난한 바 있다. 심지어 미국이 나토를 탈뢰할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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