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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美 보조금 공세에 中 기술자립 맞서···'신품질' 내걸고 화웨이 등 후방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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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 錢의전쟁

美, 삼성·TSMC 등 대규모 보조금

中 기업 블랙리스트로 손발 묶기도

中, 빅펀드 통해 첨단 반도체 육성

SMIC 등 자국기업 기술 고도화 주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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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이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삼성전자·TSMC 등에 보조금 보따리를 풀며 자국 내 생산 시설 확충과 중국 기업을 향한 추가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일 ‘기술 자립화’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기존 규모를 능가하는 세 번째 반도체 국영 펀드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업체 대만 TSMC에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50억 달러(약 6조 5800억 원) 이상 지원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400억 달러(약 52조 8000억 원)를 들여 2개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진행해왔다. 앞서 TSMC는 숙련된 인력 부족으로 제1공장 완공 시점을 2025년으로 늦춘 상태이며 제2공장 가동도 최대 2년까지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보조금 발표가 나온 뒤 TSMC는 성명을 통해 “보조금과 관련해서 미국 정부와 지속해서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으며 꾸준한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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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인텔·마이크론 등도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로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지만 자세한 금액은 미확정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을 추진 중인 신규 공장과 관련, 미국 정부 보조금을 더 받을 목적으로 추가 투자 계획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보조금과 차관을 포함해 100억 달러 이상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생산 보조금 총 390억 달러에서 TSMC·삼성전자 등 첨단 반도체 기업을 지원할 용도로 280억 달러를 배정했다.

미국은 대중 반도체 규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 6곳의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CXMT는 2016년 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따라잡겠다며 설립한 D램 반도체 제조 업체다. 미국은 최근 한국과 네덜란드·독일·일본 등 동맹국에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강화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 상무부가 다수의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제재 패키지를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압박에 중국은 대대적인 반도체 투자로 맞서고 있다. 특히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내세운 ‘신품질 생산’ ‘고품질 발전’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견제를 뚫고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자립과 고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국영 펀드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을 270억 달러(약 1945억 위안) 이상 규모로 조성하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로이터통신은 3000억 위안 규모로 펀드가 조성되고 중국 재무부가 전체 기금의 20%에 해당하는 600억 위안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블룸버그 보도에서는 중앙정부의 투자 규모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언급된 만큼 최종 금액은 아직까지는 예단할 수 없다. 대신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이 주축이 돼 자금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상하이시 정부와 국가개발투자집단·청퉁홀딩스 등이 각기 수십억 위안씩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데는 몇 달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450억 달러(약 59조 원) 규모로 빅펀드를 조성해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국산화 등에 투자했다. 중국은 당초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혀왔지만 절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이 동맹국까지 동원해 기술 제재 수위를 강화한 영향이다. 이 같은 제재에도 중국은 굴하지 않고 화웨이나 SMIC 같은 기업을 후방 지원하며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메이트60 프로’라는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7나노 칩을 적용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글로벌 기업의 부품 및 장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국 양회는 이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에 이어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막을 내리며 각각 7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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