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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보고서 공개] ③ 발포 명령자·암매장 또 미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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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책임 인정" 실무진 결론에 '부실 조사' 질타

암매장 소재 파악 못 해…전투기 대기설 등도 '규명 불가'

[※ 편집자 주 =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4년간의 활동 결과를 모두 담은 개별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44년 가까이 감춰지거나 잘못 알려진 역사의 퍼즐이 제 자리를 찾았지만, 핵심 쟁점인 발포 책임자와 암매장 등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러한 진상규명조사위의 성과와 과제를 5편의 기사에 담아 송고합니다.]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쏜 사람은 있으나 명령한 사람은 없다.'

5·18 진상규명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발포 명령자를 규명하고 암매장 실체를 확인하는 일은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전두환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실무진 결론에 전원위원회 대부분은 '증거 부족'과 '부실 조사' 등을 지적하며 진상규명 불능 결정했고, 암매장 추정지에서는 관련 유골을 1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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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홧발에 짓밟힌 민주주의…끝내 이뤄지지 못한 사죄 (CG)
[연합뉴스TV 제공]


◇ 상향식 조사로 "전두환 주도성 인정"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발포를 자행한 계엄군 부대별 작전 상황을 재구성하고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책임자를 추적했다.

일반 병사부터 지휘관으로 올라가는 상향식 조사 방식으로 당시 출동한 병사와 지휘관 등 2만404명 중 2천867명을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재구성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항쟁 당시 계엄군 총격은 최소 50곳 이상의 장소에서 이뤄졌다.

사망자 166명 가운데 80%에 달하는 134명이 총상으로 숨졌고, 2천600여명의 부상자 중 약 20%가 총상으로 조사됐다.

총상 사망자 중에서는 단발(1발) 사망자가 88명으로 대부분이 상체에 피격당했고, 저격수를 배치하거나 민간인 학살이 이뤄진 점 등을 근거로 신군부의 자위권 발동 논리를 반박했다.

특히 집단 발포 등 작전 상황은 전두환의 주도적인 역할이 인정된다고 봤다.

전씨는 항쟁이 한창이던 5월 24일 언론사 편집부장 간담회에서 "무기 반납을 이틀 정도 더 기다렸다가 무산되면 필요한 조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이틀 뒤인 26일 계엄군은 5·18 최후 진압 작전(재진입 작전)을 개시하고 다음 날 새벽 작전을 실행했다.

'전두환이 광주에 출동한 하나회 소속 장교들과 직접 소통했다'라거나 '전두환 허락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발포는 문서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전두환의 지시라고 봐야 한다' 등 당시 군 관계자들의 증언도 내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실무진 조사는 전원위원회에서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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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연합뉴스TV 제공]


◇ "부실 조사·검증 부재" 쏟아진 질타

전원위원회 조사위원들은 발포 명령자에 대한 조사 결과에 대해 '부실 조사', '검증 부재' 등을 언급하며 질타를 쏟아냈다.

보고서에 담긴 진상규명 불능 사유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조사위원들조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보고서에 진술을 인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군인들의 진술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고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기존 진술과 비교 검증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인들의 진술을 편의에 따라 무작위로 인용하거나 이미 입증된 내용을 부인하고,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진술조차도 비판 없이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5월 항쟁 당시 계엄군에게 발령된 '진돗개 하나'가 집단 발포의 실행 체계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는데도 그 의미를 축소하고 배척했다고 비판했다.

광주고 앞 최초 발포 배경이나 최초 총상 사망자로 새롭게 밝혀진 인물과 관련한 조사 내용도 부실했다는 점도 불능 사유로 언급됐다.

보수 성향의 조사위원들도 "과잉 대응으로 볼 수 있는 사격도 충분히 있었다"면서도 각각의 발포 상황을 설명하고 평가한 보고서를 확정하기에는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며 실무진 결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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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추정지 추가 발굴 (CG)
[연합뉴스TV 제공]


◇ 암매장·전투기 출격 대기 등 향후 과제로

암매장 관련 의혹도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향후 과제로 남겼다.

암매장 추정지로 제보된 현장 21곳을 조사해 9구의 무연고 유골을 발굴했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5·18 행방불명자와 일치하는 경우는 없었다.

옛 광주교도소 공동묘지에서 우연히 발굴된 유해 262구 역시 5·18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조사위는 다수의 시체가 암매장됐다가 제3의 장소로 옮겨졌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항구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조사위원들은 암매장, 가매장, 방치 등 매장 유형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암매장으로 섣불리 판단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5월 항쟁 당시 공군 전투기가 시위 진압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 내렸다.

일부 무장 전투기 등이 비상대기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이것이 민간인 시위대를 직접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전투기 관련 소문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증해 줄 증거도 찾지 못해 이 쟁점도 진상규명 불능 결정했다.

5·18 북한 연루설의 근거로 활용된 전남 일원의 무기고 습격 사건도 진상규명에 이르지 못했다.

조사 결과 무기고 습격 가담자 대부분은 광주에서 출발한 시위대와 무기고 인근 주민들이 가세한 경우로 용공 혐의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위대가 무장을 시작한 분기점으로 평가할 수 있는 습격 시점을 두고 이견이 생기면서 진상 규명된 것으로 결정하지 못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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