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中, 대만 12개품목 관세감면 중단…대선 앞두고 경제보복 본격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독립’ 성향 집권당 후보 압박 의도인듯 …라이칭더, 강력 반발

대만 “총통 선거 앞두고 경제·무역 정치화…영향 극히 제한적”

헤럴드경제

대만 집권 민진당 총통 후보 라이칭터(Lai Ching-te)의 지지자가 21일 유세 현장에서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이 대만 총통선거(대선)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만산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21일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CCTV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전날 대만산 12개 품목에 대해 내달 1일부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라 적용해왔던 관세 감면을 중단하고 현행 규정에 따른 세율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관세 감면 중단 대상은 ▷프로필렌 ▷부타디엔 ▷이소프렌 ▷파라자일렌 ▷염화비닐 ▷도데실벤젠 등 화학 품목이다.

중국과 대만은 2010년 체결된 ECFA에 따라 2013년 1월부터 대만산 267개, 중국산 539개 품목을 ‘조기 자유화’(일명 조기 수확〈早收〉) 품목으로 지정, 무관세나 낮은 관세 혜택을 적용해왔다.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번 조치는 대만이 중국 본토 제품들의 수입을 일방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한 데 따른 것”이라며 “대만이 중국에 대한 무역 규제 철회 등 효과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주펑롄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정권은 무역 장벽을 설정해 양안의 정상적인 경제 교류와 협력을 방해하고, ECFA 조항을 위반해 중국 본토의 관련 산업과 기업 이익을 훼손했다”며 “일부 대만산 품목의 관세 감면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양안 관계가 평화 발전의 올바른 궤도로 복귀하고,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중국과 대만의 합의)을 기반으로 양안의 다양한 경제·무역 관련 문제를 협상하고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ECFA를 파기하면 조기 자유화 품목이 많은 대만의 방직, 기계,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대만 경제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의 관세 감면 중단 발표가 자국에 미미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경제부는 “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경제·무역을 정치화하고 도구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예상하고 준비했던 일로, 영향을 받는 기업에 보조금을 늘릴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 위협과 압박 행위가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며 오히려 대만 산업의 구조 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12개 품목의 올해 1∼11월 대중국 수출은 18억 달러(약 2조3천억원)로 전체 중국 수출 내 비중이 1.3%에 불과하며, 이 중 수출액 16억 달러(약 2조900억원)를 차지한 대다수 품목의 세율은 관세 감면이 중단되더라도 종전 1%에서 2%로 상향 조정되는데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아울러 경제부는 "중국은 최근 수년 동안 호주와 일본, 한국, 대만에 대해 국제 경제 무역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중국의 이런 경제 위협 행위는 중국에 의존하는 글로벌 무역의 위험성을 일깨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궁밍신 대만 국가발전위원회 주임위원(장관급)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이번 조치의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ECFA 조기 자유화 품목이 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하고, 관세 감면이 중단되는 12개 품목의 비중은 더욱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만의 경제 성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경제 성장률은 3% 안팎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대만의 중국산 제품 수입 규제가 ‘무역 장벽’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경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상무부는 지난 4월 중국산 2000여 품목에 대한 대만의 수입 금지 조치가 무역 장벽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상무부는 애초 지난 10월 12일까지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가 “사건 상황이 복잡하다”며 마감 시한을 대만 총통 선거일 하루 전인 내달 12일까지 연장했으나 돌연 조사 결과를 지난 15일로 앞당겨 발표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ECFA 파기 등 무역 규제 등을 통해 내달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만 당국은 “중국의 일방적인 무역 장벽 결과 발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메커니즘과 규범을 위반했고,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를 수용할 수 없으며 중국은 즉각 정치적 조작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도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