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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억울한 자영업자들...‘민증’ 확인해도 청소년에게 속으면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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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0대 청소년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주민등록번호를 외워볼 것을 요청한 다음에야 주류를 판매했던 사업주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청소년에게 속아 주류를 판매하거나 노래방·숙박시설에 출입하게 한 사업주·종업원에게 계속해서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20일 매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는 최근 청소년 2명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업주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는 판결이 나왔다.

이 사업주는 청소년들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1997년생 여성 주민등록증 사진을 제시하자 주민등록번호를 외워보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말하자 그제서야 주류를 판매했다.

그러나 법원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촬영한 사진을 구하는 것이 용이한 반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갖고 다니면서 제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며 “주민등록번호를 외워볼 것을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연령 확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 강서구에서는 모텔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20대 남성과 10대 여성 청소년에게 대실료를 받고 투숙하게 하다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업주는 재판 과정에서 해당 청소년이 2003년생 신분증을 제시해 성년으로 확인하고 투숙시킨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원 춘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사업주는 ‘코로나 예방접종 본인인증 증명서’를 내민 10대 청소년 3명에게 속아 소주 2병을 판매하다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해당 사업주의 선고를 유예했지만 재판받는 과정에서 겪은 고충은 그대로 남았다.

결국 대통령실이 팔을 걷어붙였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20일 브리핑에서 “위·변조 신분증 등으로 술·담배를 구매한 청소년에 대한 지자체의 선도·보호 역할을 강화하고 청소년을 성년으로 오인해 술·담배를 팔아 처벌받는 억울한 자영업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실 대국민 온라인 소통창구 ‘국민제안’에 올 2분기 접수된 제안 1만3000여건 중 최종 채택한 15건에 포함된 내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요즘 CCTV가 다 있어서 조사해서 고의성이 없었고 선의의 피해를 봤다면 전부 구제할 생각”이라며 “신분증을 확인해도 (가짜인지 알 수 없었거나) 그랬다면 그분들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자영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대통령실 발표 직후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그동안 말도 안 되게 속여서 술 마신 미성년자들은 당당하고 사업장만 피해를 봤었는데 일단 다행”이라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청소년이) 작정하고 속인다면 구제해줘야 한다”고 썼다.

이 외에도 “드디어 제대로 된 법이 나온다”, “이것이 정상”, “국회에서 미리 추진했었어야 한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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