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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르포] ‘향토은행 광주은행’ 분통 터트리는 자영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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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출 받은 식당, 카페 사장님들 고금리에 휘청

금리지원 혜택 사라지면서 6% 변동금리 벼랑끝 한숨

수천억 이자수익에 수도권 빌딩 매입 알려지면서 공분

광주 보증사고 3000건, 404억…“은행대출 못 갚는다”

 

헤럴드경제

광주시 북구 용봉동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백지윤 사장의 표정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코로나19 시기에 5000만원의 자영업 대출을 받았는데 원금상환을 앞두고 높아진 금리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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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서인주 기자] “매출이 코로나19 시절보다 더 떨어졌어요. 손님은 줄고 장사는 안되는데 6%대의 높은이자까지 정말 죽을 맛입니다. 광주은행이 이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데 자영업, 소상공인을 위해 한시적이라도 대출연장이나 금리인하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은행에서 3회에 걸쳐 자영업 대출 1억원을 받아 원금과 이자를 상환중입니다. 그래도 운영비가 부족해 보험대출까지 알아보고 있어요. 매월 이자만 수백만원인데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아요”

광주시 북구 용봉동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백지윤 사장의 표정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손님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50% 가량 줄었다. 단골고객들이 있어 버티고는 있지만 한달 임대료 300만원과 광주은행에서 빌린 대출상환금 5000만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백 사장은 “옷장사만 10년째인데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광주은행에서 자영업 대출을 받았는데 변동금리다 보니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며 “임대료, 전기요금, 인건비, 세금에 고금리까지 이어지면서 주변에서 폐업하는 사장님들이 늘고 있다. 이대로면 자영업은 사회빈곤층으로 전락 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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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표상권으로 알려진 충장로는 경기침체로 폐업이 증가하면서 과거의 영예를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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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충장로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A대표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지난 2020년 광주은행에서 코로나 대출 3000만원을 받았는데 매월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다. 당시 조건은 2.6% 변동금리에 4년 상환(원금+이자)이었다. 현재는 6.4% 수준인데 이자만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A대표는 “매장이 충장로에 있는데 도심공동화와 소비침체로 상권 자체가 쇠락하고 있다” 며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단돈 만원의 이자마저도 큰 부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식당, 문구점, 카페, 키즈카페 등 광주전남 자영업 현장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빚으로 간신히 버텨온 자영업 사장님들이 이번에는 극심한 내수부진과 고물가, 고금리로 벼랑끝 절망감을 호소하고 있다.

경영자금 마련을 위해 수천에서 수억원의 자영업 대출을 받아온 자영업 사장님들은 원금 및 이자 상환에 애를 태우는 실정이다. 광주시 등 지자체가 무이자, 무보증, 무담보 등 코로나 자금을 지원했지만 예산이 소진되면서 지원혜택은 결국 사라졌다. 결국 자영업은 ‘언발에 오줌누기’로 버텨오다 암흑기를 되풀이하는 셈이다.

특히 호남권 자영업의 경우 상실감이 크다.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광주은행 등 JB금융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천억의 순이익을 얻은 반면 서민과 자영업의 생활은 갈수록 고단해 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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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로 전북 정읍의 한 대형식당은 점심피크 시간에도 텅 빈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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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첨단에서 10년째 문구점을 운영하는 B사장은 “향토기업이라고 선전하는 광주은행은 지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점포도 가장 많아 광주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은행” 이라며 “전국 지방은행 가운데 예대마진이 가장 높은데다 여기서 얻은 이익으로 수도권 부동산까지 매입했다니 한숨이 나온다. 자영업 대출로 얻은 이자수입을 환원하기 바란다”고 성토했다.

여기에 JB금융지주가 서울과 정읍에 3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투자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지방은행 15개 곳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예대금리차로 최대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7702억이며 순이익은 2548억이며, 올해 9월까지 순이익이 2151억원으로 전년대비 6% 가량 증가했다.

은행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7일 광주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올해 1~9월 보증사고 건수와 보증사고 금액은 3000건, 404억3700만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대비 건수 166%, 금액으로는 148%가 증가한 수치다.

전남과 전북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남의 경우 보증사고 2916건, 보증사고 금액 426억원으로 파악됐다.

가게문을 닫는 사장님도 늘었다. 같은기간 광주의 노란우산 페업공제금 지급총액은 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0억, 34%가 늘었다. 이는 폐업 등 한계상황에 내몰린 사장님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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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문을 연 광주은행은 지방은행 브랜드파워 6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광주전남 대표은행으로 성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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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은행 등 금융권은 자영업, 소상공인 대출시 신용보증기금 보증과 대위변제 등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결국 ‘땅 짚고 헤엄치기’로 우리경제의 가장 취약한 골목상권을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횡재세’ 도입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은행들의 고통분담과 실질적인 상생방안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용현 진보당 광주시당 사무처장은 “광주전남 유일의 향토은행인 광주은행이 작년 1조원이 넘는 이자수익을 올렸다” 며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횡재세를 도입하고 있고 초과 이익에 대해 부과하기 때문에 은행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고병일 광주은행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평균대출금리가 높았던 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준 결과” 라면서 “단기순이익의 10%가량을 사회공헌 활동비용으로 쓰고 있다. 추가적인 공헌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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