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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신동욱 앵커의 시선] 무엇이 상식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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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국 속담이 있지요. '연기 나는 곳에 불이 있다.' 그들은 '안 땐 불에 연기 나겠느냐'는 논리를 생각하기 시작하지요."

범죄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격언이지요. 우리 속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와 딱 들어맞습니다. 방귀 냄새가 나는 건, 방귀를 뀌었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나아가 누군가 연기 나는 총을 들고 있다면 범인이 틀림없겠지요. 그래서 결정적 단서를 가리키는 추리소설 용어가 '스모킹 건' 입니다. 워터게이트 때 닉슨의 육성 녹음 테이프가 그랬습니다.

"각하,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각하의 변호사가 (녹음 테이프가) '스모킹건' 같다고 합니다."

인류학에서는 화석이, 진화과정을 밝히는 '스모킹 건' 입니다. 그런데 화석이 없어서 끊긴 연결 고리를 '미싱 링크' 라고 합니다. 추리소설에선 용의자들 사이에 드러나지 않는 공통점을 가리키지요. 하지만 공통점을 다 노출하고 시작하는 소설만큼 뻔한 게 있을까요.

"(송철호 후보를) 당선만 시켜주신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유일하게 형이라고 호칭하는 사람, 저 하나뿐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30년 지기 송철호 씨의 당선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했지요. 그리고 결국 그 소원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 부당거래의 대가는 냉정했습니다. 청와대가 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재판만 4년 가까이 끌어 준 덕분에 임기는 다 마쳤지만 말이지요.

당시 울산 경찰청장 이었던 황운하 민주당 의원 역시 실형을 선고받긴 했지만 임기를 채우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우리법 연구회 출신 판사가 열다섯 달이나 시간을 끌며 공판을 열지 않은 덕분이지요. 그에 앞서 문재인 정부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팀을 공중분해 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기소를 반대하며 결재를 세 차례나 거부했습니다.

결국 윤석열 총장이 간부회의를 열어 기소를 밀어 붙였고, 대통령은 총장까지 몰아냈습니다. 그 한 달 뒤 서울중앙지검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을 무혐의 처리하고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그러면서 윗선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사라졌습니다. 유죄를 받은 당사자들이 자기 범죄도 인정하지 않는데 윗선을 지목할 리는 더 더욱 없지요. 하지만 잃어버린 고리는 법의 고리 일 뿐입니다. 이런 사건을 일개 비서관이 독단으로 벌일 수 없다는 상식의 고리는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문 전 대통령과 송 전 시장의 친분에서 비롯됐다는 건 삼척 동자도 알만한 상식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청와대와 경찰이 왜 그렇게 한몸처럼 움직였겠습니까? 문 전 대통령은 내내 특유의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재판 중에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까지 입을 닫고 있는게 적절한 처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소장에 서른다섯 번이나 이름이 오른 분이라는데 말이지요.

11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무엇이 상식입니까?'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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