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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산업별·직무별 천차만별인데… 연봉 대비 얼마 벌어줘야 ‘밥값’일까 [경영전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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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5000만원쯤 됩니다. 1년 동안 회사에 얼마를 벌어줘야 ‘밥값’을 하는 걸까요?”

“직원을 채용하면 연봉의 몇 배 정도로 매출이나 생산성이 올라가나요? 연봉을 투여한 만큼 이익이 증가했다면 본전일 것 같은데, 이익이 증가했다면 얼마 정도 늘어나야 할까요?”

직장인 커뮤니티나 사업부 모임에서 종종 나오는 질문이다. 직원이냐 사장이냐의 입장 차이가 있을 뿐 1인당 이익이나 생산성이 얼마나 돼야 만족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답변은 매우 다양하다. “자기 연봉의 2배를 벌어줘야 한다” “대기업은 3~4배를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X10(10배)을 기대하던데~” 등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또한 “2년 차까지는 회사가 무조건 손해고 3년 차가 되면 2배, 5년 차가 되면 4배 정도 벌어준다. 이후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는 답변도 있었다.

직원이 회사에 얼마를 벌어줘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회사는 직원이 받는 연봉 이상으로 인건비를 지출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민연금이나 보험 등 회사가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있어서다. 게다가 직원에게 제공하는 공간, 비품, 별도의 경비나 복지 등을 감안해야 한다. 직원 1명을 채용했을 때 작게는 연봉의 30%, 많게는 연봉만큼이나 그 이상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이를 감안해 직원 생산성을 따져야 한다는 데 이론은 없다.

직원의 ‘밥값’은 산업별로 천차만별이고, 직무별로도 다르다. 예를 들어 금융업은 업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인당 이익이 높은 편이다. 반면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이익폭이 작다. 원재료 원가가 높아 영업이익을 내기 힘든 음식료 부문 사업이라면 직원이 연봉만큼 이익을 내줘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답한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원이라면 1년에 영업이익 5000만원만 내주면 충분히 고용 가치가 있다. 반면 컨설팅이나 회계법인 등 ‘자산이 사람과 지식뿐인’ 곳에서는 연봉의 3배는 벌어줘야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직무별로 봐도 다르다. 영업직은 명쾌하게 ‘숫자(실적)’로 기여도를 따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사·재무 등 ‘백오피스’를 제외하고 영업이 그 공을 전부 가져갈 수는 없다. 사실상 직원에 따라 선을 긋기는 어렵다.

한 글로벌 기업 인사 담당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각종 경비를 포함해 연봉의 2배까지 인건비를 지출하게 된다”며 “딱히 기준은 없지만 직원이 인건비보다 더 많이 이익을 내주는 수준에서 경영 목표가 잡힌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사 담당자는 “신입을 뽑은 직후 1~2년은 교육 기간으로 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당장 손해”라며 “그 기간을 감안하면 직원에게 평균적으로 3배 수준의 이익(생산성)을 요구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1인당 생산성은 고용 규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1명을 채용할 때마다 그 효용이 확연히 높아진다. 하지만 고용 규모가 큰 회사라면 직원 1명이 증가할 때마다 생산성이 늘어나는 폭이 줄어들 수 있다. 생산 요소를 확대해도 수확량이 그만큼 늘지 않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고용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

직원이 회사에 얼마를 벌어줘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업종별로 다르지만 연봉의 2배 이상 벌어주길 회사는 기대한다. (매경DB)


韓 1인당 생산성은 하위권

업무 능력보다 노동 시간 긴 탓

회사라면 당연히 직원에게 제공하는 급여 대비 최고의 효율을 창출하려 한다. 그러나 산업에 따라 업황에 따라 직원 1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직원을 무조건 옥죈다고 성과가 창출되는 것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직원은 회사가 비전이 있다고 느껴야 업무 동기가 높아진다. 또한 적절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직원 생산성을 높이는 숨은 동력이 되고는 한다.

직원이 ‘밥값’을 하느냐는 대체로 1인당 노동 생산성을 보면 된다. 노동 생산성은 노동 투입당 산출 비율로 정의된다. 보통 부가가치를 취업자 수(또는 총 노동 시간)로 나눈 1인당(노동 시간당) 부가가치를 지수화해 나타낸다. 노동 생산성 증가는 동일한 투입으로 더 많은 산출물(생산량 또는 부가가치)을 얻는 것을 말한다. 또는 동일한 산출물을 보다 적은 투입으로 얻어도 노동 생산성은 늘어난다.

한국은 노동 생산성이 뛰어난 나라는 아니다. 오히려 OECD 주요국 가운데 하위권에 가깝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 산업의 노동 생산성 지수는 110.2(2015년=100)로 전년(107.8) 대비 2.22%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102.7(2020년=100)로, 지난해 1분기(104.7) 대비 1.92% 하락했다.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전 산업 노동 생산성 지수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직후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2021~2022년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나, 올해 1분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부가가치 증가율이 둔화했지만 노동 투입 증가율은 큰 폭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OECD 국가별 노동 생산성을 비교하기 위해 ‘시간당 노동 생산성’을 활용해본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49.4달러(PPP 적용)로 37개국 중 33위다. OECD 평균(64.7달러)의 4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 생산성 1위인 아일랜드(155.5달러)와 비교하면 30% 수준에 머문다. 독일(88달러)과 미국(87.6달러), 핀란드(80.3달러) 등은 물론 일본(53.2달러)에 비해서도 생산성이 떨어졌다. 우리나라보다 시간당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는 국가는 그리스와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 4개국에 불과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낮은 노동 생산성이 직원의 낮은 업무 능력 때문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긴 노동 시간 때문에 노동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노동 시간이 길면 부가가치가 높아도 노동 생산성이 낮게 측정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서비스업 노동력 가치가 낮게 책정되는데 이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많고 노동 시간도 긴데, 가격이 낮게 책정돼 있어서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2021년 한국의 연간 노동 시간은 1910시간으로 OECD 중 네 번째로 길다. OECD 평균(1716시간)보다 194시간 많은 수준으로, 연간 노동 시간이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평균 주간 노동 시간을 약 3.7시간 줄여야 한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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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영업이익 천차만별

인수 앞둔 HMM 6억원대 ‘최고’

국내 주요 기업 1인당 영업이익 추세는 좋지 않다.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했다. 고용자 수는 소폭 증가했지만,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해서다. 지주사를 제외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사의 상반기 1인당 영업이익은 57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1억4800만원과 비교하면 61% 감소했다. 6월 말 기준 기간제와 정규직 근로자를 합산한 직원 수는 평균 1만9699명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1조1242억원으로 60% 줄었다.

다만, 배터리와 완성차 업체는 이익이 늘어나며 직원 1인당 영업이익 창출 능력도 크게 증가했다. 1인당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직원 수가 1만105명에서 1만1793명으로 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41% 늘어 인당 영업이익도 106% 증가했다. 삼성생명은 인당 영업이익이 99% 늘어 그 뒤를 이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20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역대 최대 분기 이익을 경신 중인 완성차 업체도 직원 이익 창출력이 크게 늘었다. 현대차는 1인당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6900만원에서 1억900만원으로 58% 증가했다. 기아는 1억900만원에서 1억7700만원으로 63% 늘었다. 배터리 제조사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삼성SDI는 1인당 영업이익이 4% 늘었고, 자회사 SK온이 적자를 지속 중인 SK이노베이션은 94% 감소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사·완성차 업체로 실적이 갈리며 평균 임금 상승률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평균 임금은 지난해와 동일했고 SK하이닉스는 10% 감소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기아는 각각 31%, 5%, 12% 증가했다.

케이뱅크 생산성 우리은행 2배

삼전 직원 지난해 연봉 2.5배 벌어

기업마다 1인이 생산하는 영업이익은 천차만별이다. 구인구직 플랫폼인 사람인에 따르면 우리나라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2020년 기준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곳은 HMM이다. 1인당 평균 6억4600만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고려아연(6억1700만원) ▲금호석유화학(5억5200만원) ▲현대글로비스(4억5800만원) ▲LG상사(4억100만원) ▲포스코인터내셔널(3억7300만원) ▲SK가스(3억6900만원) ▲케이티앤지(3억3400만원) 등이 뒤를 잇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 종노릇시키는 것 같다”며 비판한 은행권은 1인당 이익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5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까지 1년간 800명이 넘는 인원을 줄이며 전반적으로 직원 1인당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생산성이 가장 저조한 우리은행의 1인당 이익은 케이뱅크의 약 절반에 불과하다. 전통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조직·경영 효율성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각 은행의 경영공시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은행 가운데 올해 6월 기준으로 직원 1인당 이익(충당금 적립 전)이 가장 많은 곳은 하나은행(2억1900만원)이다. 이어 NH농협은행(1억8800만원), KB국민은행(1억7900만원), 신한은행(1억7700만원), 우리은행(1억5900만원) 순으로 생산성이 높았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해 1년 사이 생산성 개선폭이 가장 큰 은행도 하나(+6600만원)였다. NH농협은행(+6100만원), KB국민은행(+4200만원), 신한은행(+1200만원)의 1인당 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우리은행(+600만원)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인터넷은행 3사 중에서는 케이뱅크(3억원)의 생산성이 가장 높았다. 토스뱅크(2억7300만원)와 카카오뱅크(2억5300만원)가 뒤를 따른다. 특히 케이뱅크 직원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은 우리은행(1억5900만원)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생산성 개선폭 역시 흑자전환에 성공한 토스뱅크(+4억8400만원)가 가장 컸다.

국내 최고 기업 삼성전자 직원들은 ‘밥값’을 하고 있는 걸까.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43조3766억원이다.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만1404명이다. 이를 나눠보면 1인당 영업이익은 3억5729만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3800만원 수준이었다. 단순 계산해보면 임직원 1인당 연봉의 2.5배만큼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어느 댓글처럼 10배는 아니지만 3배 가까이 냈으니 그럭저럭 직원이 밥값은 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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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사’로 비판받아온 은행권에서도 1인당 영업이익 차이가 뚜렷하다. 인터넷뱅크 생산성이 전통은행을 앞서는 가운데 케이뱅크의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 제공)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5호 (2023.11.22~2023.11.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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