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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이슈 검찰과 법무부

5·18 위자료 소송, 법무부 ‘노쇼’에 2년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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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서 안 내고 재판 불참 ‘시간 끌기’

지난 1월 뒤늦게 “원고가 입증하라” 제동

유족들 1심 승소…“국가편의주의” 비판


한겨레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에 있는 국립 5·18민주묘지 추모탑.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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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1심 결론이 난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등의 국가 상대 위자료 소송에 참여했던 유공자와 유가족들이 피고(대한민국)의 소송 수행에 참여한 법무부 등의 시간 끌기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법원은 지난 8일 유공자 1018명에게 위자료 476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세부적인 위자료 산정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이 제기된 2021년 11월26일 이후 2년 만의 결론이었다. 이 사건의 항소 기간은 24일까지로 아직 국가의 항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는데 유가족 등은 국가가 항소한 뒤 2심 재판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법무부는 해당 소송이 제기된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7개월 동안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첫 변론기일인 지난해 8월17일에는 소송수행자 전원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재판부가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산정할지 피고 쪽 입장을 물었을 때도 법무부 등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지난 1월11일 세번째 변론기일에서 다음 변론기일(4월5일)에 재판을 종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법무부는 돌연 태도를 바꿔 서울고검 검사와 공익법무관, 국방부 소속 공무원들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했다. 동시에 ‘위자료가 과다하니 감액해달라’는 주장을 새로 펼치면서 입증계획 등을 제출했다. 2021년 11월에 시작된 소송에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이유다.

법무부 등은 ‘형사보상금을 지급 받았다면 위자료 산정 때 공제해야 한다’며 형사보상금 지급 유무를 원고들이 밝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원고들은 ‘형사보상금은 정부가 지급한 것인데, 자료 제출은 않고 원고에게 설명하라고 한 것은 소송 지연 목적’이라며 맞섰다. 결국 피고(정부)가 대검찰청에 사실조회 신청해 제출하는 것으로 정리됐고, 이 과정에서도 몇달이 흘렀다.

유공자 유가족으로 소송에 참여한 박상현씨는 한겨레에 “신군부가 저지른 5·18의 불법성은 이미 역사적으로 법적으로 증명이 끝났다. 보상법에 따라 국가가 피해를 다 기록했는데 입증이 부족하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며 “정부가 이런 주장을 남발하면서 국가편의주의적인 태도로 소송에 임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한겨레에 “과거 5·18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재판 중 관련 절차에서 피해자들이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입장”이라며 “해당 사건은 국방부가 소송수행청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2월 국방부를 소송수행청으로 지정하기 전까지는 법무부가 소송을 전담한 데다가, 국방부가 수행청이 된 이후에도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아왔다. 소송수행자 중에는 고검 검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 8일 법원은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면서 “유사한 선행 국가배상 청구 사건에서 인정된 위자료의 액수, 형사보상금의 액수, 기존 보상에서 누락된 위자료의 지급으로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 보상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할 필요성, 원고들 개개인의 피해 정도 등을 종합했다”며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하지 못한 미흡함이 있지만 (5·18)보상법에서 빠졌던 위자료가 기준을 가지고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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