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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IT업계 잇따른 노동문제

“카카오 위기 남의 일 아냐”… 갑질 철퇴에 벌벌 떠는 플랫폼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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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 플랫폼 기업이 공정위, 금감원, 검찰의 전방위적인 공격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플랫폼 산업에 대한 법·제도가 산업 성장 속도를 못 쫓아온 만큼, 얼마든지 트집을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불거진 게 사실입니다.”(플랫폼 기업 A 관계자)

“카카오 사태를 보면서 지난 국정감사 때 지적받은 사항을 시작으로 ‘제2의 카카오’가 되지 않기 위해 논란이 될만한 사업을 재점검하고 있습니다.”(플랫폼 기업 B 관계자)

카카오가 공정거래법 위반, 독과점 논란, 시세조종·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수사·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린 가운데 네이버,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다른 플랫폼 기업들 사이에서도 언제 칼날이 자사를 겨냥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겨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급성장하면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지만, 독과점 횡포, 열악한 노동자 처우, 기존 제도와의 갈등 등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조선비즈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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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기업 독과점·갑질 논란… “사회적 책임 고민 소홀이 원인”

네이버는 ‘뉴스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사 인기도 순위 선정 방식을 바꿔 뉴스 검색 노출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5일부터 이에 대해 실태점검에 나섰고, 금지행위 규정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지난 9월 25일 사실조사로 전환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6일에는 조사관 10여명을 네이버 사옥에 보내 뉴스 서비스의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 여부 파악을 위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시장 독과점적 지위를 활용해 신생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최근 스타트업들이 소상공인 경영 지원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배민이 갑작스럽게 스타트업들에 배민의 연 매출 정보 취합을 금지하는 기술적 조치에 나섰고, 비용을 지불해야 정보 사용이 가능해졌다”며 “데이터 실제 주인은 일반 업주들인데 이는 데이터 주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갑질 논란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기대가 크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지지부진한 점을 꼽았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아이디어로 사업을 키우는 데 많은 역할을 했지만, 사회적 책임이라는 외부효과에 대한 고민은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해관계자들이 많은데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는 데 있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배려가 미비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이해관계자간 충돌 발생… 국내에선 규제 없어 혼란만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기업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구매자한테 판매하는 단순한 구조로 이해관계자가 형성됐다. 이른바 ‘단면시장’이다. 하지만 오늘날 플랫폼 기업들은 사용자와 물건·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양측의 상호작용을 중개한다. 일종의 ‘양면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양면시장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간 충돌이 발생하지만, 플랫폼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아직 이들에 대한 규제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따라서 플랫폼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된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지만, 아직 통과된 것은 없다. 지난 정부에서 이른바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이라 불리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내 사업자 역차별 등의 문제로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준익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산업은 혁신과 기존 전통산업 보호라는 대립된 관점에서 끝도 없이 두들겨 맞을수도, 장려될 수도 있다”면서 “카카오 사태로 다른 플랫폼 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 정부에서도 혁신을 장려하면서 적절한 규제를 하는 균형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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