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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우리 정권은..." MB·朴·文 목소리내기 시작한 前대통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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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장에 앉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공개 연설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 이후 처음이다.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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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전직 대통령들의 대외활동이 이례적으로 부쩍 늘어난 것을 두고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이들은 퇴임 후 다음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던 만큼 재임중 성과에 대한 왜곡과 폄훼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반박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은 전직 대통령들이 저마다 뚜렷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6개월가량 남은 내년 총선에 어떠한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사면·복권된 이후 올해 3월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4월에는 MB(이명박)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현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주연을 맡은 연극 '파우스트'를 관람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친이계 인사들이 윤석열정부에서 활동을 하는 만큼 대외 활동에 자신감도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엔 본인 재임 시기에 이룬 성과에 대한 재평가 의지도 내보인다. 지난 12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2023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퇴임 후 첫 공개 연설이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반성장'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며 "지금도 (동반성장이) 후퇴는 안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씩, 한 걸음씩 성장하고 지금 정부도 (동반성장)이 점을 유심히 생각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10월엔 4대강 보를 방문해 지역 주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4대강 보는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조성한 것으로, 지역 주민들이 4대강 보 덕분에 큰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인사를 전하는 취지에서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지난 5월 서울시장 재임 중 최대 치적인 청계천 복원 현장을 측근들과 함께 찾기도 했다. 박근혜, 문재인정부를 거치며 내려진 본인 재임 중 공과에 대한 반박의 성격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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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2023.9.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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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최근 들어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달 13일 달성 사저를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회동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21년 12월 31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여당 대표이기 때문에 그 책임만큼 열심히 잘하시라.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것"이라며 "여당 대표로서 든든하고 잘될 것 같다. 잘하셔서 꼭 좋은 성과를 얻길 바란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임 중 성과를 강변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인다"면서도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위안부 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 등에 대해 "안보를 위해서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을 정말 하늘이 도우셨는지 다 하고 감옥에 들어가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본인 재임기에 대한 역사적 복권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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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 2023.9.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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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최근 공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문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당초 퇴임하면서 "대통령 업무에 전력을 다하고 끝나면 그냥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히긴 했지만 올들어 사저가 위치한 경남 평산에 책방을 열고 본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출연하는가 하면 최근엔 정치적 고향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고비 때마다 등장해 혼란을 잠재우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병상 단식 중이던 이재명 대표를 찾아 위로하고 단식 중단을 권했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 참석해서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다"며 "'안보·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감사원의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 통계조작 감사결과 발표와 관련해서도 SNS(소셜미디어)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문재인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를 공유하며 "문재인·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고용률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격차 감소 및 사회보험 가입 확대,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임금 불평등 대폭 축소, 노동분배율 대폭 개선, 장시간 노동 및 실노동시간 대폭 단축, 산재사고 사망자 대폭 감소, 노동조합 조직원 수와 조직률 크게 증가, 파업 발생 건수와 근로 손실 일수 안정,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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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스1) 이재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부대 사열을 하기 위해 이동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3.9.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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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직 대통령들은 재임기간 공과에 대해선 적극적인 언급에 나서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등 현실정치와는 일단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서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최근 측근들에게 MB 정부 출신 인사가 윤석열 정부에 다수 중용된 것과 관련 "MB 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이 잘해야 한다"는 수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의 경우 측근들이 문 전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확대 해석은 하지 말아달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전직 대통령의 존재감이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의 한 다선의원은 "대구에서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살아있다고 본다"며 "이 전 대통령 역시 친이계 주요 인사들이 윤석열정부 현직에 있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의도 정치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대여 공세 과정에서도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문 전 대통령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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