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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시위와 파업

홍콩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기리려던 중국 학생 징역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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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34주년에 추모 조각상 그려진 대형 현수막 내걸 계획 적발돼

연합뉴스

홍콩대에 세워졌던 '수치의 기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기리려던 중국 본토 출신 학생에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12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이날 홍콩 법원은 선동 혐의를 인정한 중국 본토 출신 홍콩중문대 학생 쩡위쉬안(23)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쩡위쉬안은 지난 6월 1일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조각상인 '수치의 기둥'이 그려진 9m짜리 대형 현수막 2개가 들어있는 미국발 소포를 수령한 후 홍콩 당국에 체포됐다.

홍콩 검찰은 쩡위쉬안의 휴대전화를 조사한 결과, 그가 해당 현수막 중 하나를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인 지난 6월 4일 오후 6시 40분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의 육교에 기습적으로 내걸 계획을 홍콩 언론 2곳에 알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그가 경찰의 검문을 받을 경우 홍콩에서 통용되는 광둥화(캔토니즈)를 못 알아듣는 평범한 중국 관광객 행세를 할 계획도 세웠다고 덧붙였다.

쩡위쉬안은 해당 현수막을 톈안먼 시위에 참여했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활동가 저우펑써우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수막에는 "중국의 1989년 탄압은 '학살'"이라는 글도 적혀 있었다.

검찰은 그의 행동이 중국 정부에 대한 증오와 경멸, 불만을 선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법원은 쩡위쉬안의 계획이 '수치의 기둥'을 압수한 홍콩 정부에 반기를 들려는 글로벌 차원의 행위로, 그가 국제적 영향력이 있는 해외 인사와 공모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인민해방군을 동원,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명을 무력으로 진압했고, 수백∼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의 기둥'은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이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며 만든 만든 높이 8m, 무게 2t(톤)의 조각상이다.

갤치옷은 이를 1990년부터 매년 홍콩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 집회를 주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에 영구 기증했고, 조각상은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1997년 홍콩대 교정에 세워졌다.

홍콩대에서 매년 6월 4일을 앞두고 '수치의 기둥' 세정식을 벌이는 등 이 조각상은 톈안먼 시위 추모 상징물을 대표해왔다.

중국과 달리 홍콩에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 30여년 간 톈안먼 시위 추모 행사가 진행돼왔다.

그러나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후 홍콩에서도 '톈안먼 시위 흔적 지우기'가 벌어지면서 2021년 지련회는 자진 해산했고 '수치의 기둥'은 당국에 의해 철거됐다.

30년간 이어져온 톈안먼 시위 촛불 집회도 더 이상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지련회가 수집한 톈안먼 시위 관련 방대한 자료는 모두 이용 불가가 됐다.

홍콩 경찰은 나아가 지난 5월 홍콩대 농업 연구시설에 보관돼 있던 '수치의 기둥'을 "국가 정권 전복 사건의 증거물"이라며 압수했다.

지난달 홍콩 성도일보는 갤치옷이 홍콩에 입국할 경우 경찰이 체포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갤치옷은 앞서 '수치의 기둥'이 압수된 것에 대해 "홍콩의 자유의 상징 중 하나가 중국에 납치됐다"고 비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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