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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해외는 벌써 상업화…韓 탄소기술 추격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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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대응, 자원 확보 가능

'탄소 순환 경제' 전환 필수

주요 기술국, 이미 상업화 단계

한국 80% 수준 불과, 실험실 기술만

"적극 투자 해야 탄소 무역 장벽 넘어"

"지구 온난화ㆍ기후 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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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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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단, 산업 공정, 에너지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인류의 큰 과제가 됐다. 단순 배출량 감축뿐만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활용하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호주의 대규모 지하 탄소 포집ㆍ저장 실증 센터가 대표적 사례다. 지하 2000m의 땅속에 있던 천연가스를 뽑아 쓴 후 빈 자리(고갈가스전)와 대염수층에 이산화탄소를 집어넣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주요 강국들은 건축·소재·에너지화 등 상업화와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국내의 기술은 아직 실험실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후 변화 대응의 필수 기술로 여겨지는 이산화탄소 포집ㆍ활용ㆍ저장(CCUS) 기술 개발과 상업화 현황을 살펴보자.

이산화탄소를 직접 처리

에너지, 산업 공정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직접 활용하거나 또는 일산화탄소 등으로 전환해 시장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쓰는 기술이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다. 호주의 사례처럼 포집·저장까지만 하는 기술을 CCS, 활용까지 하는 것을 CCU로 각각 분류한다. 포집은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화력 발전·제철 산업, 정유·화학 공정의 굴뚝에서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모으는 것으로, 습식·건식·분리막 방식 등 3가지가 있다. 여기서 저장은 굴뚝 배기가스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하 지층에 주입해 저장하는 것을 말하며 모니터링·영구 격리를 위한 기술이 개발 중이다.

활용은 이산화탄소를 산업 원료 및 제품으로 직접 또는 전환해 사용하는 것이다. 화학적·생물학적 전환이나 광물화를 통해 석유 정유 단계의 중간물질인 나프타 등으로 바꿔 연료·화학물질·건설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자체도 공업용·식음료용·농업용으로 비전환 활용이 가능하다. 이산화탄소는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농도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온실 효과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가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기술 없이 탄소 중립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2050년까지 전 세계 누적 에너지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 중 10%(CCS 95%ㆍCCU 5%)를 CCUS를 통해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억9100만t 감축해야 하는데, CCUS 기술을 통해서만 이 중 1120만t(3.8%)을 줄여야 한다. 또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중 CCUS의 비중을 8~12.3%까지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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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자원 순환 위해 필수

CCUS 기술은 단순히 탄소 배출 감소뿐만 아니라 ‘탄소 순환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바이오매스나 플라스틱 재활용 등과 함께 친환경 탄소원을 제공함으로써 완전한 탄소 자원 순환을 이룰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는 얘기다. 기존에는 원유나 천연가스를 이용해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BTX 등 기초유분과 P-X, VCM, SM 등 중간 원료를 생산하며, 이것들이 합성수지(폴리에틸렌 등), 합성연료(카프로락탐·TPA 등), 합성고무, 기타 제품으로 가공되고 최종적으로 플라스틱, 섬유, 고무, 정밀화학용품으로 소비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화석 원료가 끊임없이 소비되고 온실가스도 계속 배출되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CCUS는 이 고리를 끊어내 탄소원 유입·온실가스 배출을 없앤 친환경 탄소 순환 경제를 창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기술은 구체적으로 화학적 전환, 생물학적 전환, 광물 탄산화 등으로 분류된다. 화학전 전환은 이산화탄소를 반응 원료로 활용해 화학 반응을 통해 연료 및 기초화학제품으로 전환한다. 합성 가스, 메탄올, 에틸렌, 액체·기체 연료,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다. 생물학적 전환은 미세조류를 활용해 바이오매스를 생산해낸 후 이를 바이오 연료·소재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액체 및 고체 연료, 화장품·식품·의약품 등 바이오 소재로 바꿀 수 있다. 광물 탄산화는 이산화탄소를 탄산염 형태로 전환해 광물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건설 소재·콘크리트 양생·2차 제품·탄산염 화학제품 등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 난제도 많다. 최지나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활성이 매우 낮은 안정한 화합물이어서 전환을 위해선 많은 양의 에너지·환원제를 투입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제품으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제품군·기술적 경로가 많은 데다 활용 잠재력이 기존 시장에 의존적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CCU 기술은 여건에 맞는 개발 전략 고도화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며 "생산한 제품이 기존 상업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인센티브를 전략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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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CCUS 기술 동향

탄소 중립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지난 10년간 해외에선 CCUS 기술 실증·상용화 연구가 크게 확대됐다. 이미 건축자재·화학제품 연료·고분자 물질(폴리머) 등에서 실험실·실증 단계를 벗어나 상용화에 들어간 민간 회사들까지 나올 정도다. 세부적으로 건설 소재의 경우 캐나다의 카본 큐어(Carbon Cure)사가 대표적이다.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시멘트 내 이산화탄소를 광물 형태로 고정화하는 기술을 상업화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물론 콘크리트 강도 향상, 시멘트·물 사용량 감소 등의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술이다.

독일의 코베스트로(Covestro)사는 이산화탄소를 반응 원료로 사용해 폴리우레탄 제품을 생산한다. 기존 제품보다 20%의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자동차 내장재ㆍ매트리스를 판매 중이다.

아이슬란드의 CRI사는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메탄올을 생산, 청정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또 이 같은 전환에 필요한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지열)를 활용해 선순환 과정을 완성했다. 독일의 아우디ㆍ포르셰의 경우 합성 연료 기술을 개발해 실증 단계에 있다.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경유(아우디)ㆍ휘발유(포르셰)와 같은 합성 연료를 생산한다. 공기 중 직접 포집(DAC), 그린 수소 등을 활용한 청정 합성 연료(e-Fuel) 생산 기술이다. 유럽연합(EU)은 2035년 이후 엔진차 판매를 금지했지만 청정합성연료 엔진은 예외로 규정해 독려하고 있다.

정부 단위의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영국은 2020년 12억달러(1조5000억원) 규모의 발전 산업 부문 CCUS 인프라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도 같은 해 2억3000만달러(약 3000억원) 규모를 CCUS 기술 개발·보급을 위해 새로 지원하기로 했다. 직접적인 재정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CCU 설비에 대해 이산화탄소 1t당 60~180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고 있고 캐나다도 CCU 사업 투자에 대해선 37.5%의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법·제도적 지원도 활발하다. 유럽은 재활용 탄소 연료를 재생 연료 범주에 포함시켰고, 미국·캐나다·유럽 일부 지역에선 CCU 기술이 적용된 콘크리트의 공동 구매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CCUS 시장은 2030년 최대 1529조원(1조157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CCUS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EU에 비해 약 80% 정도의 기술 수준에 불과하다. 실험실 수준의 기술은 상당하지만 스케일업을 거쳐 상용화 단계에 이른 기술은 드물다. 산업 현장에서도 현대제철이 최근 당진 공장에 100ℓ규모의 포집ㆍ반응기를 설치해 이산화탄소를 포름산으로 전환하는 시범 생산을 시작했을 뿐이다. 포스코에서도 연내 비슷한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수년 내 EU·미국 등이 탄소 배출량을 무역 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어 적극적인 R&D 투자와 상용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박기태 건국대 교수는 "포집 분야는 약 85% 수준으로 기술 격차가 가장 적으며, 활용 분야는 약 78% 수준"이라며 "대규모 실증ㆍ상용화 프로젝트 추진, R&D 지원 확대를 통한 국내 CCUS 기술의 경험·노하우 축적과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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