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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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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에 中미사일 1000개... 美, AI ‘로봇 전투기 떼’로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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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조종하는 ‘발키리’ 전투 테스트 성공

미 공군, 5년 간 58억달러 예산 요청… ”어디까지 파괴·발사 권한 허용하느냐가 과제”

지난 2일 미 공군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율 조종되는 드론 전투기인 XQ-58A 발키리(Valkyrie)가 공중 전투 능력을 테스트하는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미 공군은 AI 알고리즘을 계속 개선해 수백만 번 시뮬레이션 하면서, 발키리의 자율적인 전투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발키리’는 고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여전사를 뜻한다. AI가 조종하는 무인(無人) 드론 전투기, 로봇 전투기인 발키리는 최대 시속이 약 1000㎞이고, 최대 고도는 13.7㎞에 달하며, 한 번에 3000 해리(약 5556㎞)를 날 수 있다. 중국 대륙(폭 5500㎞)을 가로지를 수 있는 비행 거리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미 공군연구소(AFRL) 등은 지난 수년 간 발키리를 제조한 크라토스 디펜스 사와, 발키리와 같은 로봇 전투기들이 유인(有人) 전투기들과 함께 전투를 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개발에 매달려왔다. 미 공군은 현재 앞으로 5년간 발키리와 같은 로봇 전투기의 개발과 생산을 위해 58억 달러(약 7조6682억 원)의 예산을 미 의회에 요청했다.

발키리와 같은 AI가 조종하는 로봇 전투기는 자율 비행을 하며, 자체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적의 타깃을 탐지ㆍ식별해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미 국방부로서는 이 같은 AI 살상 무기의 출현으로, 살상용 소프트웨이가 동원된 무력 분쟁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이냐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30여 년 새 4321대→975대로 감소한 미 전투기를 대체

미국은 그동안 고가의 첨단 전투기를 생산하면서, 제한된 예산 탓에 전체 전투기 대수는 오히려 계속 줄었다. 예를 들어, F-35 전투기 비용은 8000만 달러(약 1057억 원)를 웃돈다.

이에 따라, 미첼 항공우주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989년에 각각 4321대, 411대에 달했던 미 공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는 작년엔 임무 수행이 가능한 전투기 975대, 폭격기 59대로 대폭 줄어들었다. 역대 최소 수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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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 결과, 현재의 공군 전투기와 무기 체계 조합으로는,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중국을 압도하기 힘들다는 인식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이 해안선과 남중국해의 인공 섬들에 배치한 1000여 기 이상의 대함ㆍ대공 미사일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미 공군과 해군의 전투력에도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래서 미 공군이 해법으로 주목한 것이 AI가 장착된 차세대 로봇 전투기였다. 발키리의 대당 구입 비용은 300만 달러로, 첨단 전투기 비용의 수십 분의 1 수준이다. 미 공군은 1000~2000개의 로봇 전투기로 중국에 ‘물량 공세’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자폭 공격에 동원할 수 있는 소모성 드론은 수백만 달러이고 보다 정교한 드론은 2500만 달러에 달하지만, 이 또한 첨단 유인 전투기보다는 저렴하다.

최근까지 미국의 AI 드론 프로젝트를 주관해 온 스캇 조브 미 공군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계속 변하는 미래 전장의 성격 상 차세대 드론이 완벽한 해법이 될 수는 없지만, 로봇 전투기는 적에게 대량 공세에 대처해야 하는 딜레마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선두에서 나는 유인 전투기의 “충실한 윙맨” 역할

인간 조종사가 선두에서 이끄는 편대 비행에서, 발키리는 충실한 ‘윙맨(wingman)’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윙맨은 편대 비행에서 선두에서 나는 조종사를 약간 뒤쪽 옆에서 날면서 지원하는 조종사다.

이런 차세대 드론은 또 유인 전투기의 앞에서 날며 적의 방공(防空) 시스템에 노출될 수 있는 고위험도의 정찰을 수행하고, 적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유인 전투기로선 매우 위험한 지상 배치 미사일 파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로봇 전투기는 센서를 통해 취합한 정보를 평가해 적의 고(高)가치 타깃을 자체 선정하고, 장착한 미사일ㆍ폭탄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함께 작전에 나선 인간 조종사의 ‘승인’을 구하게 된다.

지난 7월25일 미국 플로리다 주의 에글린 공군기지에서 발키리의 비행을 약 300m 떨어진 거리에서 F-15 전투기를 몰면서 지켜본 로스 엘더 소령은 “인간이 아니면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것과 함께 비행하면서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AI 드론의 무력 사용 전에 인간의 ‘적절한 개입’ 가능하게

지난 1월 작성된 미 국방부 지침은 살상무기의 자율적인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되, 실제로 그런 무기를 제조해 배치하기 전에 특별군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미 공군은 “발키리와 같은 로봇 전투기의 살상 무기 사용은 인간 지휘관과 조종자가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고 밝혔다.

스캇 조브 소장은 “AI 드론 공격기가 언제 어떻게 적과 교전할지는 인간이 늘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고, 로봇 전투기가 스스로 임무 수행을 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화벽을 엔지니어들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AI가 조종해 적을 탐지하는 드론 전투기는, 인간 조종사가 모는 F-22, F-35에게 가용(可用)한 무기가 확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테슬라와 같은 AI 자율주행 차량도 수 차례 사고를 일으켰지만, AI는 인간과 같은 도덕적 잣대도 없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달리, 시험 비행에서 ‘이상 행동’ 보인 까닭

지난달 25일 플로리다 주 에글린 공군기지에서 3시간가량 진행된 테스트 비행에서 발키리는 그동안 수백만 번 되풀이했던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대본’과는 달리, 날면서 계속 회전을 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F-15 전투기를 몰며 300m 쯤 떨어진 곳에서 발키리의 자율 비행을 지켜본 미 공군 조종사는 처음에는 소프트웨어 결함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로봇 전투기는 기체를 계속 회전하면, 장착된 적외선 센서가 보다 분명한 그림을 포착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터득한 것이었다. 인간 조종사가 이런 식의 비행을 했다면 속이 뒤집혔을 것이지만, 실제로 발키리는 이런 비행을 통해서 더 정확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인간 조종사와 AI 로봇 ‘윙맨’의 신뢰 구축이 관건

미 공군은 올해 내에 멕시코만 상공에서 발키리는 유인 전투기와 조를 이뤄, 적으로 설정된 전투기와 실제 공중근접전(dogfight)를 치르게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간과 AI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새로운 전술을 수립하게 된다.

물론 진짜 적들은 AI 드론의 타깃이 될 만한 자국 전투기나 군 시설을 위장해, AI가 ‘적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인식하도록 속이려 들 것이다. 또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해킹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편대 비행에서 선두와 윙맨으로 나선 인간 조종사들이 서로 형성하는 신뢰를, 인간 조종사와 AI ‘윙맨’도 쌓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미 전투기 조종사들은 지상 착륙 시, 또는 다른 전투기와의 근접 비행 시 충돌을 피하게 하는 컴퓨터 충돌방지시스템을 수용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 조종사들은 자신의 비행을 컴퓨터 판단에 의존하는 것을 꺼렸다.

미 공군은 다음에는, 인간 조종사들이 6대의 F-16 전투기를 몰되, 파괴ㆍ공격과 같은 주요 임무는 AI 소프트웨어의 자율 타격 패키지 능력에 맡기는 프로젝트 베놈(Project Venom)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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