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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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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관광객 돈 펑펑 쓸 때 일본인은 빵값도 절약...'엔저 경제'의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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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아키하바라서 희귀 상품 구매
일본인은 두부, 빵 가격도 비교하며 절약
'엔저'로 내외국인 구매력에 큰 격차
한국일보

16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 소재 포켓몬 카드(약칭 ‘포케카’) 전문점인 ‘하레루야2’의 2층 ‘빈티지 코너’에서 한 외국인 손님이 돋보기를 들고 희귀 제품의 상태를 살피며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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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포켓몬 카드 전문점인 ‘하레루야2’의 빈티지 카드 판매대엔 손님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캐릭터가 그려진 포켓몬 카드는 최근 수년간 수집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곳에선 1장당 수만~수백만 엔에 달하는 고가 카드를 구입할 수 있으며, 1억 엔(약 9억2,000만 원)이 넘는 희귀 카드가 팔린 적도 있다. 한 외국인 남성은 큰 돋보기를 들고 카드를 꼼꼼히 살피며 심각한 표정으로 직원과 대화하고 있었다.

아키하바라의 중고 게임기 매매 전문점인 ‘트레이더 아키하바라 본점’에서도 희귀한 중고 게임 소프트웨어를 고르는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아들과 함께 온 미국 여성은 “어린 시절 즐겼던 슈퍼마리오 같은 게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도 해외 수집가들은 수백만~수천만 엔을 지불하고 수십 년 된 ‘레트로 게임’을 사 간다.

일본인은 빵, 두부 가격도 비교하며 절약


코로나19 팬데믹 후 일본에 몰려든 외국인 관광객은 쇼핑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엔저(엔화 약세)’는 이들의 구매력을 높였다. 아키하바라에서 만난 미국인은 “일본 물가가 생각보다 매우 싸서 놀랐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인들은 식비도 절약하며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식량 가격 상승에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인상 효과가 더해지면서 식품 회사들은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렸다.

유명 제빵회사인 야마자키제빵은 이달 1일 결산 발표회에서 “고객의 절약 성향이 강해서 비싼 상품은 잘 안 팔린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빵·과자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했다. 대형슈퍼마켓에서 만난 고령의 일본인 여성도 비슷한 종류의 두부 중 저렴한 것을 고르면서 “매일 가격이 바뀌기 때문에 주의해 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16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게임센터 앞 횡단보도를 많은 인파가 건너가고 있다. 최근 아키하바라의 게임, 만화 관련 상품 전문점에는 외국인 손님의 구매가 크게 늘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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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소비의 명암, GDP에서 드러나


‘엔저 소비’의 명암은 15일 발표된 올해 4~6월 일본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서 드러났다. 일본 경제는 전분기에 비해선 1.5%, 3개월 평균이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는 연율로 환산하면 6%의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엔저의 혜택을 받는 자동차 등의 수출이 증가한 덕분이고, 일본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내수는 위축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통 큰 소비는 통계에 수출로 잡혀 성장에 기여했지만, 개인 소비는 식비 등이 크게 감소하며 0.5% 줄었다. 일본 총무성 가계조사에서도 2명 이상 가구의 월별 소비액은 지난 6월까지 4개월 연속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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