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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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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개발 주장 ‘상온 초전도체’… 학계, 검증위 구성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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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진 “상온서 초전도성 가능”

학계 “시뮬레이션… 추가 검증 필요”

상용화 땐 핵융합발전 등 실현 가능

동아일보

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LK-99’다. 초전도체의 특징으로 알려진 공중 부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현탁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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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LK-99’의 연구 결과를 지지하는 미국 연구진의 논문이 나왔다. 국내외에서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초전도 학계 연구진들도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소속 시네이드 그리핀 연구원은 고성능 컴퓨터로 LK-99 구조에서 전자의 이동 경로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결론내리고, 그 결과를 지난달 31일 사전 논문 게재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국내 연구진은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가지는 물질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 2건을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구리, 납, 인회석으로 구성된 LK-99가 섭씨 127도에서도 초전도성을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였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제로(0)인 상태의 물질이다. 상온 초전도체가 실제 개발 및 상용화될 경우 자기부상열차, 핵융합 발전 등 인류가 ‘꿈’으로 여기던 기술들을 실현시킬 수 있다.

그리핀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부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한국 연구진이 공개한 LK-99의 구조를 토대로 전자의 이동 경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온에서도 초전도성이 나올 수 있는 경로를 발견했다고 그는 밝혔다. 다만 그리핀 연구원은 “(LK-99를) 대량 생산에 있어 적절한 구조를 합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찬중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초전도성을 보이는 경로가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구조 내 불순물을 제거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해당 시뮬레이션 결과가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전 논문’이라는 점, 실제 물질을 합성한 것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물질을 합성하다 보면 구조가 망가지거나 전자의 수가 부족해지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실제 구현해서 실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의 아르곤국립연구소, 중국 난징대,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등 여러 연구기관에서 LK-99의 재현 실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 초전도 학술단체인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2일 LK-99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LK-99 검증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과 공개 영상을 봤을 때 현 단계에서는 상온 초전도체로 판단하기 어려워 과학적 검증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며 배경을 밝혔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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