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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이슈 대한민국 연구 현장

국내 연구진 내성균에 강한 새 항생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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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I, 저분자 화합물 합성 성공

독성 적고 안정, 보조제 사용 주목

헤럴드경제

방정규(왼쪽) KBSI 박사와 신송엽 조선대 교수 [KBSI 제공]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버그의 출현으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다제 내성균에 강한 활성을 보이는 천연 항생물질을 모방한 새 항생제를 개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바이오융합연구부 방정규 박사 연구팀이 조선대 의과대학 신송엽 교수 연구팀과 함께 항균 펩타이드의 양친매성 특성을 모방한 새로운 저분자 화합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양친매성 화합물은 내성균에 대항해 강한 활성을 보이면서도 독성이 적고 효소에 안정하며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기존 합성 항생제를 대체할 차세대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1928년 페니실린 발견 후 발전을 이어온 항생제 덕분에, 인간은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생제 오남용의 결과로 나타난 슈퍼버그(내성균)는 인간의 수명을 다시 단축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합성 항생제 대신 자연 생물에서 추출한 항생물질인 항균 펩타이드를 원료로 천연 항생제가 주목받고 있다. 항균 펩타이드는 아미노산 50개 미만으로 이뤄진 양친매성 물질로, 꿀벌의 멜리틴이 대표적이다. 멜리틴은 내성균에도 강력한 항균력을 갖는다. 다만, 독성, 짧은 반감기, 고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인간에게 직접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모방체 화합물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그람양성균 및 그람음성균에 대해 강력한 항균력을 나타냈으며, 단백질 분해 효소와 혈청에 대해서도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 또 700~800달톤(Da,질량단위) 정도 분자량을 갖는 저분자 물질로서 제조 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펩타이드 제조의 일반적 단점인 복잡한 개발 공정과 고비용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주범인 세균이 생산하는 생물막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이미 형성된 생물막을 제거하는 항생물막 활성도 갖췄다. 특히 이 약물을 기존 항생제와 병행 치료시 항균활성이 상승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항생보조제로 사용 가능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번 연구에서 방정규 박사는 양친매성 물질의 설계·합성을 맡았으며, 신송엽 교수는 약물의 활성 및 작용기작을 규명했다.

방정규 박사는 “합성 항생제가 극복하지 못한 내성균에 대해 수천년 동안 생존한 동·식물에서 유래된 항균 펩타이드를 모방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다”며 “세균과의 전쟁에서 또 하나의 생존 전략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국제 항미생물제 저널’ 7월 5일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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