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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러시아 몽니에... 내전 시리아 인도적 지원 끊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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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서 ‘구호 연장’에 거부권

조선일보

튀르키예를 거쳐 시리아로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승인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10일(현지시간) 시리아-튀르키예 국경지대의 바브 알하와 수송로에서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안보리는 오는 11일 오전 이번 사안과 관련한 결의안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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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시리아 내전 지역 주민들을 위한 유엔의 구호물자 전달 작전 9개월 연장 결의안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어깃장으로 시리아 주민들이 극심한 인도주의 위기를 겪게 됐다는 비판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엔은 지난 2014년부터 튀르키예에서 시리아 북서부로 식료품, 기저귀, 담요 등 구호품을 육로로 전달하는 인도주의적 지원 임무를 수행해 왔다. 구호물자 수송을 허락한 안보리 승인 유효기간은 전날 만료됐다. 만료에 앞서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1년 연장을, 러시아는 6개월 연장을 각각 주장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스위스와 브라질이 9개월 연장을 대안으로 제시해 이날 표결에 부쳤으나, 러시아는 거부권 행사로 이를 부결시켰다. 북한 핵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러시아와 공조해 온 중국은 기권 표를 던졌다.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5국(러시아·미국·영국·중국·프랑스)과 비상임 이사 10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상임이사국은 어떤 결정도 거부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상임이사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 거부권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시리아 안건 부결도 그런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리아 내전은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부군과 이에 맞서는 친서방 반군, 이들 모두를 적대시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 등이 뒤엉켜 다투고 있는 복잡한 구도다. 서방과 러시아·중국은 서로 다른 편에 서 있다. 러시아는 독재자 알아사드의 편을 들며, 친서방 반군과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반군 장악 지역의 난민에 대한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은 방해하지 않았다. 그런데 9년간 계속되던 구호 활동에 러시아가 갑자기 제동을 건 것이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연장안 부결에 대해 “우리가 목격한 것은 완전한 잔혹 행위”라며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한 뒤 “시리아인들은 우리에게 의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선의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올해 13년째를 맞은 시리아 내전으로 지금까지 50만명이 넘게 숨지고, 12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유럽 난민 위기를 촉발한 것도 시리아 내전이다. 유엔의 구호 물품이 전달되던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엔 400만명가량의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이 이들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했다. 이날 연장안 가결 실패로 향후 유엔총회 차원에서 지원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당분간 구호 임무는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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