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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연합시론] 외교상궤 벗어난 싱하이밍 中대사의 매우 부적절한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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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중국대사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2023.6.8 [국회사진기자단]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기조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한국이 외부요소(미국)의 방해에서 벗어나 줬으면 대단히 고맙겠다"며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는데,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 및 외교전략에서 미국과 계속 보조를 맞추면 큰 후과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협박성 경고로 들린다. 회동 후 주한 중국대사관은 싱 대사의 발언을 담은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외국 대사가 국내 정치인과 나눈 대화 내용을 언론에 제공한 것은 외교가에선 극히 드문 사례로, 본국과의 교감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한미동맹 강화 노력을 '베팅'에 비유하며 강성 언급을 쏟아낸 싱 대사의 도발성 언행은 외교 상궤를 벗어난 매우 부적절한 행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9일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말했고, 외교부도 싱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내정간섭처럼 비칠 수 있는 싱 대사의 언급에는 비판을 넘어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더욱 황당한 것은 한중관계와 관련한 중국의 책임전가식 태도다. 싱 대사는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일각'은 반도체 등 기술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는 미국을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맥락상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윤석열 정부로도 해석된다. 싱 대사가 대중 적자가 '탈중국'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호도한 것이다. 한중무역 불균형은 근본적으로 중국의 책임이 크다. 중국은 2016년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기점으로 우리의 안보 문제를 무역과 연계시켜 한국산 수입을 통제하고 중국 내 한국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등 온갖 불이익을 줬다. 문재인 정부가 '굴종외교' 논란을 무릅쓰고 친중 외교 전략을 취했는데도 중국은 '한한령(限韓令)'을 끝내 풀지 않았고, 지금도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등 유형무형의 보복이 자행되고 있다. 싱 대사는 양국 외교관계 악화에 대해서도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올들어 대만문제를 거론한 현 정부 탓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이 또한 궤변에 가깝다. 한중관계 악화는 중국이 북핵문제를 두고 북한 편에 선 데서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자성은커녕 한국에 책임을 돌리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 대표와 싱 대사의 회동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도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나, 결과적으로 중화 패권주의 선전전에 휘말린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에 뜻을 같이하는 측과 힘을 합쳐 세를 불리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연대와 협력의 대상이 세력이 아니라 특정국가라면, 아무리 이해관계가 맞더라도 신중하게 행동하는 게 옳다. 민주당으로선 중국의 입을 통해 현 정권을 견제하면서 지지층을 확산하려는 의도였겠지만, 그런 식의 접근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고민해봤어야 했다. 국익 앞에선 여야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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