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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전우원, 가족 핍박에도 '비자금 폭로' 계속…지분 가압류 당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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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5·18 유가족에게 사과한 이후, 전두환 일가로부터 여러 원망을 사고 있죠. 그럼에도 우원씨는 일가의 비자금과 관련해 거침없는 폭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인 전재용씨가 설립한 업체의 지분 일부가 자신의 명의로 돼 있다고 밝혔다가 가압류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역린逆鱗), 용의 몸에 붙어있는 비늘 중 하나로 절대 건드리면 안 될 급소인데요. 용은 이 역린을 건드린 사람은 반드시 죽인다고 하죠. 요새 흔히 쓰이는 '발작 버튼'과 비슷한 말입니다. 최근 전두환 일가의 발작 버튼을 누른 인물이 있는데요.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3월 31일) :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고 학살자임을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정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전두환 일가의 발작 버튼, 5·18 민주화운동일 텐데요. 전두환 씨가 역사의 죄인임을 인정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전씨의 손자, 전우원 씨의 입에서 해당 발언이 나왔습니다.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3월 31일) : 5·18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폭동이고, 북한군들의 소행이고, 저희 가족들은 피해자고…오히려 광주에 용기 내서 싸우신 시민분들이 정말 위대하신 천사들이고 영웅이신데 오히려 그분들을 되게 안 좋게 얘기하시던 거 같습니다. {발포 명령을 그쪽 할아버지가 하셨다고 그렇게 말씀하신 줄로 내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집에서는 그런 말씀 전혀 없으셨다는 얘기신가요?} 스스로가 민주주의의 아버지고 본인이 천국에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말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알고 보니 내 가족이 '밀정'이었다는 충격 때문일까요? 일부는 우원 씨를 향해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전두환 씨의 부인이자 우원 씨의 할머니이기도 하죠. 이순자 씨가 받은 심리적 타격은 특히나 더 큰 것 같은데요. 우원 씨가 광주를 찾아 5·18 유가족들에게 사죄한 이후 이런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순자/전두환 씨 부인 (지난 1일, SBS 비디오머그 / 음성대역) : 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충격을 받아 살아갈 의욕을 잃었었다. 아무리 말세라 해도 이럴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비상시에 쓰려고 모아뒀던 금붙이·은붙이 모두 팔아서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는 명문대학을 졸업시켜 놨더니 마약에 손을 대고 해롱대는 것도 모자라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해?]

손자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떠는 듯한 모습인데요. 5·18 관련해서는 주제 넘게 나서지 말라는 충고도 남겼습니다.

[이순자/전두환 씨 부인 (지난 1일, SBS 비디오머그 / 음성대역) : 할아버지께서 하신 일에 대해서는 본인이 무한 책임을 지신다고 하셨으니 본인이 책임지시도록 해드리고 5·18 때 태어나지도 않은 너는 주제 넘게 아무 데나 나서지 말고 자신에게 떨어진 일이나 잘 처리하도록 해라.]

할머니의 문자에 우원 씨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이순자 씨도 어찌 보면 진실을 외면하도록 세뇌당한 피해자라고 안타까움을 표했죠. 할머니의 태도가 모순됐다고 꼬집기도 했는데요.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2일) : 저는 되게 모순적으로 느끼는 게 전 이전에도 좀 병원에도 많이 실려 가고 죽을 뻔도 여러 번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저를 정말로 끔찍이 아끼시는 할머니든 모든 분들이 저한테 괜찮냐는 연락 한 번을 안 하셨어요.]

우원 씨는 큰 아버지이자 전두환 씨의 장남인 전재국 씨로부터도 연락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너는 더 이상 내 조카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니니 찾아오지도, 전화하지도 말아라. 약도 끊고 정상적으로 제대로 잘 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원 씨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고 받아쳤는데요.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2일) : 당연히 서운하고 힘들죠. 서운하고 힘들고 그런데 또 동시에 뭔가 후련한 마음도 있더라고요. 제가 평생 살아가면서 어떻게 보면 가족들이 앞에서는 되게 순결한 척, 아무런 죄가 없는 척, 그렇게 항상 해오셨는데 항상 거기에 진실이 많이 없다라는 거는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거를 겉으로 표시를 해주시니까 오히려 제가 마음 정리하고 제 삶을 살아가기에는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가족들에게 욕을 먹는 신세가 됐지만 우원 씨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폭로를 지속하고 있는데요. 전두환 씨는 922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끝내 내지 않고 사망했죠.

[전두환 씨/(화면제공: 임한솔 당시 정의당 부대표 / 2019년 11월 7일) : {추징금과 고액 세금 언제 납부하실 겁니까? 한말씀 해주세요.} 네가 좀 내주라.]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지난달 29일) : 최소 몇백억원 되는 자산이 할아버지의 손주분들께 분명히 상속이 됐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전두환 씨가 숨긴 돈 대부분이 3세들에게 세습됐을 것이란 추측인데요. 최근 이 말이 상당 부분 사실이란 게 JTBC 보도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전재국 씨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이후 그동안 법인 12개를 만들었는데요.대부분 출판 관련 업체들입니다. 이 가운데 핵심 법인은 '음악세계'란 곳입니다. 이곳 주주명부에 재국 씨의 아들과 딸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JTBC '뉴스룸' (지난달 29일) : 이 '전재국 그룹'의 핵심은 음악세계. 대출이나 빚도 없고 현금만 70억원 보유했던 법인입니다. 지난 2019년엔 총매출 1조4천억원짜리 해외 부동산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주주 명부를 확인했더니 재국 씨 아들과 딸에게 지분 90%가 넘어갔습니다. 나머지 10%만 재국 씨 지분입니다. 사실상 전두환 3세에게 상속이 끝난 겁니다.]

우원 씨도 예외는 아닙니다. 본인의 이름이 일가가 설립한 여러 회사의 주주 명부에 올라와 있다고 하는데요.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2일) : 예를 들어서 회사 중에 하나가 '비엘에셋'이라는 회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거는 제가 00년부터 2016년도까지 제가 주주로 등록이 되어 있었던 회사고요, 그러니까 제가 4살 때부터. 왜냐하면 본인의 이름, 전재용 씨 본인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니까 그런 식으로 비자금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숨겨오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아버지 전재용 씨가 비자금을 빼돌리는 데 자신의 이름도 이용했다는 주장인데요.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2일) : 특히나 저 같은 경우는 어머니께서 전재용 씨랑 이혼하시고, 또 전재용 씨가 또 재혼하시고, 따님도 두 분이나 계시고, 할아버지 가족에서 많이 제외가 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제 명의를 통해서 비자금이 좀 얻어졌다면 다른 손주 분들 이름으로는 어떻게 됐을지 짐작이 가지는 않습니다.]

현재 우원 씨는 '웨어밸리'라는 업체의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웨어밸리는 재용 씨가 지난 2001년 설립한 보안 솔루션 업체로 전두환 씨의 전직 경호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일가의 비자금 은닉처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곳이기도 한데요. 우원 씨는 자신의 이름을 비자금 은닉에 사용하지 말라며 해당 주식을 모두 팔아달라고 요청했죠.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유튜브 'Hope.with.Jesus7' / 지난달 19일) : 제 이름 좀 그만 사용해 주세요 제발. 제발 좀 사 가주세요, 손삼수 씨. 사 가시면 모든 금액은 제가 다 사회에 환원하고 공개적으로 10원까지 다 공개를 해서 할 테니까 제발 좀 제 이름 좀 그만 사용하시고 전재용 씨 비자금 세탁하시는 데…]

우원 씨가 사회 환원 의지를 밝히자 지분에 대한 가압류가 들어왔는데요. 재용 씨의 현재 부인이자 우원 씨의 계모이기도 한 박상아 씨가 가압류를 신청한 겁니다. "아버지를 '그자', '악마'라 부르면서 패륜적 언행을 일삼는 우원 씨가 자산을 몰래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라고 하는데요. 법원은 해당 신청을 받아들였죠. 우원 씨는 이제 자신의 명의로 된 웨어밸리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임의로 팔거나 넘길 수 없게 됐습니다. 사실 이미 2015년부터 웨어밸리가 우원 씨에 배당한 1억 7천만원도 그간 박씨가 받아갔다고 하는데요.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유튜브 'Hope.with.Jesus7' / 지난달 19일) : 배당금을 거의 2억원 정도, 제 이름으로만 2억원이에요. '전재용, 본인 전우원은 군복무로 인하여 보유하고 있는 웨어밸리 주식에 대한 현금 배당을 수임자가 수취할 것을 위임함' 2015년 11월 27일이거든요. 이땐 제가 군복무하고 있었고 전재용 씨랑 연락도 제대로 안 되고 있었을 땐데…]

박씨는 자신이 우원 씨의 미국 유학 자금을 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초 우원 씨가 유학 자금을 웨어밸리 주식을 팔아 갚기로 약속했다는 입장인데요. 반면 우원 씨의 친모는 "전재용 씨가 생활비가 없으니 웨어밸리 주식을 박상아 씨한테 양도해달라고 사인을 강요했다"고 맞섰습니다. 양도 계약을 할 때도 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그간 박씨가 빌려준 학비를 우원씨가 갚는 것처럼 서류를 거짓으로 꾸몄다고 반박했는데요.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유튜브 'Hope.with.Jesus7' / 지난달 19일) : 제 학비 관련돼서 '제가 이때까지 도와주신 것을 갚는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전재용 씨가 뭐 부담하는 세금이 줄어든다고 해가지고 '알아서 하라'고 하고 그냥 서류 사인을 했어요.]

일단 우원 씨는 "주식을 갖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는 입장이죠. 주식 가압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데 대해서도 "별로 억울하지 않다"고 하는데요. 박씨와 법적 다툼까지 벌일 마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자, 오늘은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에게 '줌 인'해봤는데요. 5·18 유가족에 대한 사과로 그치지 않고 전두환 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죠. 일가의 핍박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우원 씨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전우원/전두환 씨 손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2일) : 할아버지라는 큰 죄인의 손자로 태어나긴 했고 또 저 스스로도 그렇게 떳떳하게 살아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를 통해서, 이런 특이한 가정에서 태어난 걸 통해서 또 이번에 많은 분들한테 마음의 위로도 드리고 이렇게 뜻깊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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