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군사전문가 "남부 러 점령지서도 잇단 폭음…대반격 관련 가능성"
군비행장 있는 크림반도·러 본토 겨냥한 드론 공격도 잇따라
"대반격 준비됐다" 선언한 젤렌스키, 전투 앞둔 장병들 일일이 호명
연기 내뿜는 장갑차들 |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방어선을 겨냥한 대대적 공세를 펼쳤으나 전차 10여대를 잃고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채 퇴각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5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동부와 남부 전선 곳곳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산발적인 공세를 펼치는 정황이 감지되면서 이른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이 본격화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전날 2개 전차 대대와 6개 기계화 대대를 동원해 공격을 펼쳤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적(우크라이나군)은 4일 도네츠크 남부 전선 5개 구역에서 대규모 공세를 감행했다"면서 "적의 목적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취약한 구역에서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은 그런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병사 약 250명을 사살하고 전차 16대와 보병전투차 3대, 장갑차 21대를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라면서 드론으로 촬영한 듯한 영상을 홈페이지에 싣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전차나 장갑차 등으로 보이는 차량들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거나 폭발하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세를 격퇴할 당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해당 방면 전방지휘소 중 한 곳에 머물고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경 인근을 이동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험비 차량 |
이러한 발표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군이 대규모 공세를 펼친 것이 사실이라면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관측됐던 이른바 '대반격' 작전의 일부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방제 최신 전차 등을 지원받은 우크라이나는 국경 너머로 러시아군을 몰아내기 위한 대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4일 자국민에게 대반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작전상 정보와 관련해 침묵을 지켜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3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 작전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며 "우리가 성공할 것이라고 강력히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많은 병사가 대반격 작전 와중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같은 날 연설에선 대반격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지휘관과 장병 10여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이들 덕분에 현재 우크라이나가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연기 치솟는 우크라-러 국경 |
실제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와 남부 전선 곳곳에서 산발적 공세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은 최근 우크라이나군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루한스크주의 소도시 스바토베 방면으로 400m가량 진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스바토베가 러시아군 핵심 보급 선상에 위치한 도시여서 탈환에 성공하면 전략적 의미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러시아군이 1년 가까운 소모전 끝에 완전 점령을 선언한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남쪽에서도 일부 영토를 탈환했다고 덧붙였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5일 텔레그램에 올린 게시물에서는 바흐무트 주변의 러시아군 진지를 성공적으로 파괴하고 "계속 전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세계적 관심의 초점이 된 '대반격' 자체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남서부 외곽 지역에서 다시 진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크라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 지뢰제거 작업 중인 우크라 병사 |
현지 매체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NV)는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의 러시아군 점령지역에서도 최근 폭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러시아에 점령된 베르댠스크와 멜리토폴 등 이 지역 주요 도시들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로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선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 데니스 포포비치는 "이쪽은 우크라이나 반격 공세의 표적일 가능성이 큰 곳으로 간주돼 왔다"면서 "(보급선을) 파괴하기 위해선 핵심 지점을 타격할 필요가 있고, 그게 바로 현재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말했다.
NV는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위해 잠재적인 진격로 상에 매설한 지뢰를 야음을 틈타 제거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4일 지상 공세를 펼쳐 도네츠크주 서부와 자포리자주 동부에서 제한적인 성과를 올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내 소식통 등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3일 베르댠스크와 멜리토폴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고 러시아군이 이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인근에서 격추된 드론이 뿜어올린 연기 |
러시아 본토에서는 드론(무인기)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크림반도 현지 행정당국은 4일 드론 9대가 크림반도 잔코이 지역을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이 중 5대를 격추하고 나머지 4대는 교란 장비로 추락시켰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 비행장이 있는 잔코이는 크림반도에서 가장 큰 러시아군 군사기지로 알려졌다.
같은 날 러시아 쿠르스크주 남부 소도시 수드자에서도 드론 한 대가 격추됐고 이튿날인 5일 오전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병참 거점 역할을 해 온 러시아 벨고로드주의 에너지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불타기도 했다.
모스크바와 인접한 칼루가 지역의 한 고속도로에서는 드론 두 대가 떨어졌다. 이 드론들이 모스크바로 향하던 중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모스크바에서는 지난달 말 30대가 넘는 드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와 모스크바 시내 고급 주택가 등을 공격해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나 러시아 본토를 직접 공격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52차례에 걸쳐 DPR이 장악한 지역에 330발의 포탄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5개 정착지가 포격을 받았고 비전투원인 여성 한 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직후 독립을 선언한 DPR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8년간 대치하다가 작년 2월부터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편에서 싸워왔다.
nojae@yna.co.kr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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