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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기후환경 리포트] 이렇게 큰 물고기가 밤섬에! 더 커지고 육지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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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 위에 펼쳐진 푸른 숲, 밤섬입니다.

밤섬 위로 서강대교가 강 남북을 연결합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밤섬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상류 쪽이 윗밤섬, 하류 쪽이 아랫밤섬입니다.

두 밤섬을 구분하는 경계는 작은 물길입니다.

물길을 따라가니 사람들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물길에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습니다.

이들은 밤섬의 생태를 조사하는 연구자들입니다.

물길 곳곳에서 커다란 물고기가 퍼덕입니다.

성인 팔뚝보다 긴 커다란 잉어들입니다.

연구팀이 잡은 이 커다란 물고기는 떡붕어입니다.

이 물고기가 밤섬에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호종 물고기도 그물에 걸렸습니다.

이 작은 물고기는 서울시 보호종으로 지정된 ‘됭경모치’입니다.

이 물고기는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입니다.

역시 우리나라 고유종인 ‘각시붕어’도 이번 조사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각시붕어는 큰 조개의 입에 알을 낳는데, 이 물고기가 있다는 건 주변에 큰 조개가 있다는 걸 말합니다.

물속을 뒤져보니 예상대로 큰 조개가 나왔습니다.

손바닥만큼이나 큰 이 조개는 펄조개입니다.

물속에는 어린 참게들도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생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밤섬 생태계입니다.

[이완옥/한국 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
"서울에, 한강 하류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여기에 살고 있는 각시붕어 같은 물고기들에게는 마지막 도피처가 되는 거죠."

그러나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장면도 목격됐습니다.

길이가 1m에 가까운 커다란 잉어가 곳곳에 죽어 있습니다.

알을 낳으러 이곳으로 왔다가 죽은 잉어들입니다.

힘들게 알을 낳은 뒤 탈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강에서 밤섬으로 잉어들이 드나드는 통로인 물길도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민경택/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수로가 점점 좁아져요. 그리고 고기들이 들어와 산란하는데."

밤섬을 가르는 물길이 좁아지는 원인은 퇴적물이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퇴적물은 물길뿐 아니라 밤섬 곳곳에 쌓이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곳은 물에 젖어 있던 습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얀 모래가 뒤덮어 백사장처럼 변했습니다.

1960년대 밤섬의 면적은 4만5천㎡.

축구장 7개 정도 크기였는데 지금은 29만3천㎡로 6.4배나 커졌습니다.

축구장 40개가 들어가고도 남습니다.

크기만 커진 게 아니라 섬의 높이도 높아졌습니다.

최근 밤섬에서는 버드나무 종류 중 선버들이 줄고,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능수버들이 늘었습니다.

밤섬이 습지에서 육지로 변하는 육지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풀숲 한가운데서 연보라색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서울시 보호종인 ‘긴병꽃풀’이 밤섬에서는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승준/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밤섬에서는) 군락을 이뤄 자라는걸 볼 수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가 없습니다. "

더 커진 밤섬은 더 많은 육상 동식물을 품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해 2월 밤섬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물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이 나타났습니다.

밤섬은 도심에서는 유일한 람사르 습지입니다.

람사르 습지란 물새가 사는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유엔이 지정한 보호구역입니다.

백로 한 마리가 밤섬 주변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합니다.

왜가리와 흰뺨검둥오리, 괭이갈매기와 민물가마우지 등 60여 종의 새들이 밤섬을 찾아옵니다.

그런데 밤섬이 더 커지거나 급속히 육지화되면 문제는 없을까요?

[오충현/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지금 밤섬이 커지는 정도로 한강의 흐름이나 치수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준설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걱정되는 건 두 종류의 외부 침입자들입니다.

풀 사이에서 콩나물 떡잎처럼 보이는 싹이 발견됐습니다.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교란종인 가시박입니다.

지금은 쉽게 뽑히지만 그대로 두면 작은 초목과 버드나무를 고사시키고, 밤섬 식생의 60%를 뒤덮을 정도로 큰 위협입니다.

또 하나 밤섬을 위협하는 침입자는 끝없이 밀려드는 쓰레기입니다.

버려진 슬리퍼, 빙과류 껍데기가 밤섬에 밀려왔습니다.

[대한뉴스(1968년)]
"한강 주변과 여의도를 개발하는 계획에 따라 세칭 밤섬이라고 불리는 이 섬이 아주 없어지게 됩니다"

1960년대 밤섬에는 400여 명의 주민이 살았습니다.

1968년 여의도 개발과 맞물려 밤섬을 폭파했지만, 자연은 다시 아름다운 섬을 빚어냈습니다.

사람에게도 야생동물에게도, 밤섬은 작은 선물과도 같은 곳입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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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inna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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